[오목대] 지역문화의 위기



 

‘지역문화의 해’를 맞이하여 이 지역 문화계가 오히려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소리문화전당이 그 주범으로 지목도고 잇다. 연 수십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그곳의 운영비 때문에 기와의 도립국악원 등 이 지역 문화예술계 전체가 그 위상과 정체성에 있어 큰 혼란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우선 소리문화전당의 위탁운영을 신청한 단체들의 성격이나 경력이 우리를 두렵게 한다. 기획사가 대부분이다. 이런 대규모 공간을 운영해본 경력을 갖춘 곳도 없다. 모두가 아지역과 문과한 단체라는 점도 주목을 요한다. 어느 업체에게 위탁이 되든 이 지역 문화예술의 정체성이나 발전에 신경을 쓸 여유도 없을 것이며 그 의무감에도 자유로울 것ㅇ다. 말하자면 영리를 앞세운 선정적 공연만이 엄청난 국고를 쏟아 부은 ‘문화의 전당’에서 횡행하리라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도립국악원마저 공중 분해될 위기에 직면하였으니 ‘지역문화의 해’가 무색하게 되었다. 그간 부족하나마 안정된 지원속에 활동을 해오던 예술단이 운영비를 부담스러워 해야하는 민간업체에 떠맡겨지게 되었다. 그 앞날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어렵게 키워온 전문예술단원들이 구조조정이라는 미명하에 이내 길거리로 내몰리게 될 것이니 말이다.

 

일반인들은 위한 국악실기교육을 맡아오던 부분마저 민간업체에 위탁 운영하겠다는 것은 특히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 교육은 다른 어느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 지역의 고유의, 그리고 자랑스러운, 아니 국악의 고장에 걸맞은 것으로 칭송을 받아오던 제도이다. 거센 서구 음악의 유입에 맞서 우리 음악을 지켜온 방파제 역할을 해오고 있다 해도 지난 친 말이 아니다. 이처러 ㅁ소중한 것을 돈의 논리에 굴복하여 민간업자에게 넘길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들이 영리를 내세우는 사설학원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모두가 과욕이 빚어낸 업보라 할 수 있다. 소리문화를 키우겠다고 지은 공간이 오히려 소리문화는 물론이요. 다른 문화예술까지 위축시키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책임지는 사람 하나 나타나지 않으니 이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지역문화의 해’에 더욱 휘청거리게 된 지역문화가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