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칼럼] IT가 일등국가를 만든다

 

아일랜드와 핀란드에 본 전북 Vision

 

 역전의 드라마를 보는 것은 즐겁다. 프로야구나 축구 경기뿐만이 아니라 국가 간의 경쟁이나 역사발전 과정에서도 역전의 장면을 보는 것은 감동과 기쁨을 준다. 최근 아일랜드와 핀란드를 돌아보고 느낀 것은 바로 역사의 현장에서 전개되고 있는 역전의 드라마를 구경하는 것 같은 소감이었다.

아일랜드와 핀란드는 유럽의 열등생이었다. 이들의 성공 스토리는 마치 소작을 부치던 사람이 서울에 가 기업으로 성공한 이야기와 흡사하다. 어쩌면 수천년 동안 쌀농사를 짓고 살아온 농도 전북이 가야할 길을 밝혀준 등불같은 이야기이다.

아일랜드는 감자로 유명하고, 핀란드는 목재로 유명하다. 가난한 나라 아일랜드에 150년전 감자 기근이 들었다. 인구 400만 가운데 100만이 굵어 죽었다. 식민 본국 영국에 감자를 보내 달라고 요청했지만 영국은 외면했다. 150년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아일랜드 사람 가슴에는 못이 박혀 있다. 20세기 초반 인구의 절반이 일자리와 식량을 찾아 이민을 떠났다.

20세기말 못살고 가난했던 아일랜드에 새로운 등불이 켜졌다. 그것은 - from potatoes to chips - 감자로부터 반도체칩 속의 소프트웨어로의 전환이 가져다 준 행복이었다. 요즘 더블린에는 활기가 넘친다. 사무실이 없고 빈 아파트가 없다. 식당마다 사람이 붐빈다. 

작년 성장률이 10%로 유럽 최고를 기록했다. 일인당 GNP는 이미 영국을 추월했다. 일자리를 찾아 미국으로 떠났던 젊은이들이 속속 돌아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델(Dell), 게이트웨이(Gateway), 인텔(Intel), 휴렛팩커드(HP), 오라클(Oracle) 등 세계 최고의 IT업체 1,200여 개가 아일랜드에 둥지를 틀었다. 동시에 아일랜드 토착 IT기업이 불같이 일어나고 있다. 작년 한해 소프트웨어 수출만 70억 달러로 세계최고를 기록했다. 

핀란드의 성공은 노키아의 성공으로 대표된다. 세계 휴대전화기 시장의 35%를 점령한 노키아는 회사 이름 때문에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일본 기업인줄 알았다. 노키아는 핀란드에 있는 조그마한 마을 이름이다. 원래 목재소에서 시작해 제지 재벌로 일어섰고 타이어, 화학, 케이블, 가전제품 등 문어발식 확장을 계속하다가 80년대말 거품 경제의 퇴조와 함께 서리를 맞았다. 노키아는 정보통신회사 하나만을 남기고 모두 팔아치웠다. 가혹한 구조조정이었지만 그것이 노키아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노키아 직원 6만명 가운데 삼분의 일은 R&D(연구개발)에 종사한다. 노키아의 두뇌를 제공하는 원천은 헬싱키대학이다. 한국에 한 대밖에 없는 연구용 슈퍼컴퓨터가 헬싱키 공대에만 6대가 있다. 대학 졸업생의 70%가 이공계 출신이다. 핀란드는 우랄알타이어 계통이기 때문에 영어와는 뿌리가 다르지만 국민의 80%가 영어를 능숙하게 한다. 핀란드 역시 일인당 GNP 25,000불로 수백년 동안 자신을 지배해왔던 스웨덴을 추월했다.

농도 전북을 아일랜드와 핀란드처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대학을 키워야 한다. 이공계 대학에 집중해야 한다. 도내에 IT(정보통신)기업과 BT(생명공학)기업을 집중 유치해야 한다. 한국에서 전북 학생들이 가장 영어를 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어차피 개방과 국제화는 피할 수 없는 세계화의 대세이다. 이것이 아일랜드와 핀란드에서 바라본 전북의 비전이다.

 

 

/정동영 (국회의원, 민주당 최고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