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이나 추진체의 파편을 ‘우주 쓰레기’라고 한다. 현재 지구 주위에는 직경 10㎝ 이상 크기의 우주 쓰레기가 8천5백개에 이르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작은 것까지 합치면 대략 15만개 이상의 우주 쓰레기가 지구 궤도를 정처없이 떠도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이 파편들은 우주왕복선과 맞먹는 최고 시속 3만6천㎞ 정도로 움직이고 있는데 가령 아스피린 한알 크기만한 파편이 운행중인 우주선과 충돌하면 선체를 뚫고 들어갈 정도의 치명적 위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1백30t이나 되는 거대한 철골 구조물로 된 우주선이 지구 궤도에서 다른 위성과 충돌하거나 막바로 혜성처럼 지구와 충돌하면 어떻게 될까? 그럴 가능성은 상상조차 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만일 그렇게 된다면 그 피해는 종말론적 재앙이 될 것이 틀림없다.
지난 86년 2월 발사돼 15년간 지구 궤도를 돌며 각종 우주실험을 해온 러시아 우주 정거장 미르호가 폐기돼 오늘중 뉴질랜드 동쪽 남태평양 해역에 낙하할 예정이라 한다. 그동안 11개국 1백명의 우주인, 과학자등이 이 우주선을 방문하여 1만6천건이 넘는 우주실험을 해왔으나 시설이 노후한데다 연간 2억달러에 달하는 운영비용이 부담스러워 러시아 당국이 남태평양에 수장(水葬) 시키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결국 우주 쓰레기(?) 신세가 된 이 미르호가 낙하하면서 고장이 나거나 돌발사고가 발생할 경우 당초 예정시간보다 대기권 진입이 빨라지고 낙하지점도 변경돼 자칫 한반도에 떨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게 당국의 우려섞인 전망이다. 실제로 행정자치부는 이에 대비해 각 시·도에 경보발령, 화재진화등 사건대비를 지시해 놓고 있기도 하다.
미르호는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대부분 타버리지만 타고 남은 20∼30t 정도의 파편 1천5백개 정도가 폭 2백㎞, 길이 6천㎞ 넓이의 타원형 지역에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이 넓은 지구 땅덩어리에서 하필이면 그 지역이 한반도가 될까하는 우려는 어디까지나 호사가들의 기우(杞憂)에 그치길 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