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고비를 넘기고 상영작 발표를 하고 있는 지금, 말할 수 없는 마음 속의 떨림이 있다”(최민위원장). “과부족상태의 진행상황을 제한된 시간과 자원속에서 해결해야 했다”(서동진 프로그램 어드바이저)
‘프로그래머 전격 사임’이라는 ‘진통의 꼬리표’를 달고 다닌지 한달 보름. 영화제 조직위가 몸을 추스려 가진 첫 공식기자회견이었던 27일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발표회는 솔직한 고백 속에서 시작됐다.
이번 상영작발표회는 단순히 상영작을 발표하는 이상의 의미속에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프로그래머 사임이후 불거진 ‘한해 걸러 치러야 한다’, ‘제대로 될 수 있을까?’등의 우려와 전격적인 사임과 관련해 꼬리를 물고 이어진 소문에 대해 일체 대응하지 않았던 조직위의 공식입장을 들을 수 있는 첫 기회였다.
조직위는 우려에 대한 사과와 사태수습을 위해 뛰었던 시간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통의 여진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몇가지 한계에 관한 일들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프로그래머 사태 이후 불거진 일들에 대해 그것이 왜곡이든 사실이든 일일이 대응하지 않았던 조직위가 차질없이 상영작을 발표하면서 파행에 대한 사과와 경과보고를 대신한 셈이다.
이처럼 스스로 ‘최악의 상황을 넘어섰다’고 밝힐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치열한 반성 속에서 영화제 준비’에 역량을 집중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을 것이다.
모든 부담을 감수하고 참여한 프로그래머 어드바이저들이 영화제에 대한 자신의 의욕이나 영화적 사고를 풀어내기 보다는 이미 정해진 기존의 컨셉을 반영해야했던 ‘자기희생’역시 흘려보낼 수 없는 대목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파행’으로 비쳐졌던 전주국제영화제의 기사회생 했음을 대외적으로 알린 자리였다.
그러나 개최설명회에서 발표됐던 영화제 색깔의 선명성을 살려낼 수 있을까라는 우려나 사태로 인해 상처받은 전주시민과 영화팬을 보듬어 안아야하는 짐은 여전히 영화제 조직위에 남아있다.
/ 이성각 (전북일보 문화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