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이 다른 지역에 뒤떨어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도내 학생들이 공부하지 않아서 그런 것처럼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전북 교육이 다른 곳에 뒤진 까닭은 교육자와 학부모가 새로운 교육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데 있다고 본다.
나는 학원에서 다른 지역에서 온 학부모의 말을 비교적 자주 듣는다. 학교와 달리 학원에 오면 학부모는 솔직하게 현실을 말한다. 그래도 손해볼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도시에서 온 사람들은 전북교육이 뒤진 이유를 전북교육이 새로운 교육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데서 찾는다. 그 중심에 교육관료가 있다. 학부모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교육은 교사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그런데 전북교단은 동질성이 강해 변화에 민감하지 않아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진다. 전국에서 이질적인 교사가 모인 서울과 경기도의 교육 경쟁력이 높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전북의 사교육 수준도 다른 곳에 뒤떨어진다.
새 대입제도에서는 다양한 교육 체험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학력고사 시대처럼 학교에서 모든 교육활동을 담당하려고 하니 사회교육기관이 다양하게 발달하기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새 대입제도는 지방에 불리한데 이렇게 학교와 사회교육기관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전북교육은 다른 곳에 점점 더 뒤질 것이다.
더욱이 전북의 현행 고입 제도는 날로 변화하는 대입제도와 맞지 않고 학생들에게 큰 부담을 준다. 도교육청은 2002학년도에도 선발고사를 치른다고 했는데 내가 알기로 선발고사를 치르는 시도는 전북을 비롯해 몇 군데밖에 없다. 중학생에게 부담을 주는 반면 대입 준비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서울, 광주 등에서는 고입선발고사를 오래 전에 폐지했다. 게다가 고입 연합고사는 문제의 성격도 수능과 다르고 과목수도 많다.
당락을 가를 뿐인 이 시험에 도내 중학생들이 목을 매다 보니 중학교 때 수능, 논술, 면접의 바탕을 다지지 못한다. 곧 전북교육은 교육의 연계성이 약해 날로 추락한다. 공부하는 시간이 적어서 도내 학생의 성적이 다른 곳에 뒤지는 것이 아니다. 노력은 열심히 하는데 초점을 맞추지 못해서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것이다.
고입 내신제를 반대하는 사람은 전북처럼 지역간 학교간 학력차가 큰 곳에서는 내신으로 고등학교에 가는 것이 불공정하다고 한다. 이 또한 작은 것을 지키려다 큰 것을 잃는 발상이다. 기와 한장 아끼려고 들보를 썩히면 안된다. 지도자는 숲을 보아야 한다. 중요한 것을 선택하고 작은 것을 포기해야 집중할 수 있다. 이것이 21세기 경영 전략이다. 고입 내신제가 어렵다면 과목수를 서너 개로 줄여 수능식으로 문제를 내면 된다.
변하지 않으면 뒤진다. 이제 변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전북 교육이 다른 곳보다 뒤지는 까닭은 학생에 있지 않다. 교육관료들이 새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입 전형은 특기, 적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당야화하고 있는데 전북 교육은 예비고사 시대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렇지 않아도 새 대입제도는 지방학생들에게 불리하다. 전북에서 특기 적성을 기를수 있는 사회교육기관을 다 합쳐도 서울에 있는 한 신문사 문화센터에 비길수 없을 정도다.
교육 제도까지 다른 곳에 뒤지는데 무슨 수로 도내 학생들이 공부를 잘 하겠는가. 고입선발고사를 폐지하거나 수능식으로 바꿔 부모의 교육비 부담과 중학생들의 공부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자율학습은 학생 자율에 맡겨 학교와 사회교육기관이 서로 학생교육에 힘써야 한다.
/ 정형기 (국어전문 물및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