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역사드라마‘태조왕건’이 전 국민의 뜨거운 관심속에 절찬리에 방영되면서 후삼국시대를 열었던‘궁예’와‘견훤’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해당 지방자치 단체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철원군은 작년 9월‘철원의 역사, 태봉국과 궁예의 재조명’이라는 주제의 학술토론회와 궁예도성 유적조사에 대한 연구발표회를 가진데 이어 비무장지대(OMZ)안에 있는 태봉국 도성을 남북공동으로 조사하기 위해 정부 관련 부처와 긴밀히 협의중에 있다.
또 견훤왕릉이 있는 논산시에서도 총사업비 65억원을 들여 참배시설과 참배로·전망대·주차장·계단·안내판시설등 왕릉정비사업을 펼치기로 해 이목을 끌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전주(完山)는 후삼국중 한때 가장 강력한 국가로 부상했던 후백제(後百濟)의 도읍지다. 지난 90년부터 95년까지 원광대 부설 마한백제문화연구소가 세차례에 걸쳐 동고산성(東固山城)에 대한 발굴조사 작업을 실시한 결과‘왕궁터’였음을 입증하는 연꽃무늬 숫막새와 쌍조문·쌍무사·암막새등의 유물이 출토되고 정면 84m, 측면 14m의 대규모 주건물지가 발굴되는등 견훤 왕궁터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예산이 끊겨 주건물지외 10여개소에 달하는 부대건물은 발굴작업이 중단된채 방치돼있고 그나마 관리마저 허술해 전주시민들조차 외면하는 버림받은‘역사의 현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도성의 방어를 위해 견훤이 901년에 축성(築城)했다는 남고산성(南固山城)의 관리실태는 어떠한가.
사적 제294호로 지정된 폭3.4m, 높이 1.2m, 길이 5.3m의 이 고성(古城)은 곳곳이 심하게 훼손돼 본래의 모습을 찾아볼수가 없고 근래 복원한 천경대(千景臺)에서 만경대(萬京臺)를 거쳐 억경대(億景臺)에 이르는 구간도 성이라고 보기에는 조악하기 짝이 없으며 탐방객들에게 위험을 느끼게 하는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굳이 철원군과 논산시의‘내고장 역사찾기’에 대한 열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전주시내에 자리잡고 있어 여러 조건이 충족됨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초라하게 방치하고 있는것을 보면 우리의 무심함에 새삼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