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은요, 인형이나 소꼽장난에는 영 관심이 없고 대신 로보트나 모형비행기 같은 것만 좋아해요. 친구도 여자 보다는 남자아이들이 더 많구요, 말투도 꼭 선머슴 같아요. 너무 터프한 우리 딸 문제가 있는건 아닐까요?” “제 아들은 너무 소심해서 탈이예요. 내성적이고 너무 꼼꼼한 것이 남자답지 못한 것 같아 걱정이예요.”
최근 남자 같은 여자아이, 여자 같은 남자아이 때문에 당황해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심한 경우 일부에서는 이런 자녀가 동성애적 성향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해 아이 손을 잡고 정신과를 찾는 부모들도 종종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대개는 남성에게 적극적, 능동적, 지배적일 것을 여성에게는 수동적, 소극적, 순응적일 것을 기대하는 전통적 성역할 개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상적으로 나타나는 남성, 여성의 역할에 대한 차이는 학습을 통해 배우는 사회화의 결과 즉 전통적인 고정관념일 뿐 남·여간에는 보통 생각하는 것 보다 근본적인 차이가 적다는 것이다.
남성의 특질을 강하게 보이는 여자아이나 여성의 특질이 두드러진 남자아이를 부모가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아동학 교수, 아동 심리 전문 정신과 의사, 성(性)상담 전문가등 분야별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해본다.
▲이영환 전북대 생활과학부 교수
소심한 남자아이나 너무 괄괄한 여자아이 모두 아이들의 성격 즉 개인성 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타고난 성향을 가지고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말자. 인간을 ‘남녀’로 구분하기 보다는 개개인을 성향 그대로 인정해 줄 때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대신 우리 아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보완할 수 있도록 부모가 관심을 가져주자. 내성적인 남자아이도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수줍어하는 것은 창피한 것이 아니라 자녀의 개성임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소심한 것은 다른 면으로 보면 침착함으로 평가 할 수 있다.
이런 남자아이들에게는 친구 사귀는 법등 사회적인 기술들을 가르치거나 평소 자기 의견이나 느낌을 솔직히 표현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는 것이 좋다. 반면, 사교적이고 적극적이며 활동적인 여자아이라면 이 장점을 그대로 놔둔채 침착함, 차분함, 꼼꼼함 등을 보완해 주도록 한다.
▲이문숙 다솜신경정신과 원장
과거 우리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구분이 너무 엄격해 남성의 특질을 보이는 여성이나 여성의 특질을 가지고 있는 남성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최근엔 정서적으로 건강하고 사회적으로 적응을 잘 하는 남성은 전형적인 남성성 특성을 강하게 지닌 사람이기보다는 부드럽고 따뜻한 인격을 통합한 남성이라고 제안하고 있다.
또, 여성들도 자신감, 과업성취 능력등 공격적인 특성을 사회적으로 합당하게 표출할 수 있는 요건이 조성되고 있다. 즉, 사회가 요구하는 남여의 성역할 모델이 이분법적인 고정관념을 벗어나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점차 바뀌고 있는 것이다. 여자 아이에게 순종적인 여자의 역할 만을 강요하려 하지 말고 남자에 대해서도 공격적인 면을 자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경 단국대 여성학 강사·전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대부분 사람들은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여성적 특성과 남성적 특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따라서 성별에 관계 없이 여성적일 수도, 남성적일 수도 있다. 이러한 ‘양성성’은 한 인간에게 성별에 관계 없이 다양한 행동을 골고루 할 수 있게 하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반응해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한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양성성’은 부모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최근 여성의 취업이 증가하고 남편의 가사역할 참여가 늘어남에 따라 점차 부부역할이 더 양성적으로 되고 있다. 더욱이 자녀와의 관계에서는 남성성과 여성성 모두가 중요하다. 즉 어머니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기 주장과 지도력 등이 필요하며, 아버지가 자녀와 친밀한 관계를 갖기 위해서는 따뜻한 태도를 가지고 감정을 표현해야 하므로 양성성을 가진 부모가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