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남원 이백면의 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린 농업경영인가족 체육대회.
‘농업경영인의 자세와 역할을 모색하고 상호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농업경영인연합회에서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농민과 가족 등 4백여명이 참석했다.
주최측은 이를 위해 기념식과 각종 체육행사 및 문화행사를 준비했다.
그러나 정작 농민과 가족들은 소위 ‘힘 있는 기관장’들의 ‘인사말씀’을 듣는데 오전 시간을 모두 소비했다.
시장과 시의회 의장, 국회의원 등 5∼6명의 지역 기관장들이 축사와 격려사를 했다.
이것도 부족해 행사도중에 도착한 내빈 소개를 중복해 하는 등 참석자들을 짜증나게 하기에 충분했다.
결국 기념식은 예정을 넘어 12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고 여기저기서 ‘누가 축사 들으러 여기 왔느냐’는 불만의 소리가 터져나왔다.
한 농민은 “이게 농민을 위한 행사인지 정치인들을 위한 행사인지 알 수가 없다”며 “바쁜 철에 불러내서 결국 자기들 ‘선전’만 하고 말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크고 작은 각종 행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고 너무 잦다보니 이제는 오히려 축사자가 적으면 이상할 정도가 됐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정치철이 다가올수록 심해진다. 행사는 정치인들에게 돈 안들이고 ‘표’를 얻기에 최고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도 정치색을 띠는 인물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주인을 객으로 내몰고, 행사의 본질을 흐리는 이런 구태는 이제 벗어나야 한다.
특히 이는 참석자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뤄진다는 측면에서 주최측의 ‘폭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농민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이 참고 앉아있었다”며 “이것이 폭력이 아니고 뭐냐”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 농민은 “내년에 이런 행사를 한다면 누가 참석하겠느냐”고 반문했다.
/ 남기철 (전북일보 남원 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