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공통체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사건이나 시기를 기념하기 위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축제’는 인류의 생활 양태만큼이나 다양하고 흥미롭다. 또 그 축제가 종교적이든 문화적이든 사회적이든, 신성하든 세속적이든, 세계적이든 세속적이든 구성원들에게 사회적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공동체를 결속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는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그때문인가. 민선자치시대가 열린 이후 각 자치단체들은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하면서 경쟁적으로 축제를 벌이고 있다. 자치단체 살림이야 결판이 나든 말든, 지역현안이야 곪아 터지든 말든 지역주민들로부터 환심을 사 다음 선거에서 표만 많이 끌어 모으면 된다는 심산인듯 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축제를 못해 안달이 난것처럼 주제도 변변찮고 잡상인만 들끓는 그렇고 그런 축제를 앞다퉈 열수 있단 말인가.
도내에서 개최되는 각종 축제는 연간 80여개에 달한다. 벚꽃을 주제로 한 축제만도 3개나 되고 축제를 겸한 미녀선발대회도 3개에 이른다. 비용도 만만치 않아 도와 각 시군에서 주최하는 대표적인 축제 27개에만 무려 1백10억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더군다나 요즘에는 한술 더떠‘세계XX’‘국제XXX’다 하여 거창하게 세계자(字)를 앞세워 실속없는 국제행사까지 도모하고 있다. 이미‘충주세계무술축제’와‘인천세계춤축제’등의 지역 국제행사가 실패작으로 끝났고 작년 세계소리축제 예비행사도 각가지 문제점만 쏟아놓고 엉망이 돼버렸는데도 뱃심좋게 올해는 예산까지 더 올려 추진중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국 자치단체의 빚이 17조원을 넘어섰고 이대로 가다가는 곧부도나는 자치단체가 나오지 않을까 두렵다.
이런 가운데서도 서울 성북구가 지역문화행사인‘아리랑축제’를 취소하고 행사비용 2억5천여만원을 저소득주민 지원사업에 쓰기로 해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야말로 진정‘사람을 위한 축제’가 아닐 수 없다. 이쯤해서 한번 되돌아 보자. 우리 경제사정이 그렇게 잔치판에 빠져도 될만큼 넉넉한지, 또 그 댓가는 누가 치러야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