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든 개인이든 죄를 졌을 경우 진실을 밝히고 진정한 뉘우침과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하면 용서받는게 세상사이다.
1970년 빌리브란트 독일 수상이 폴란드의 바르샤바 유태인 위령탑에서 무릅을 꿇고 전세계를 향하여 사죄했을 때 유태인들은 "잊지는 않겠다, 그러나 용서는 하겠다"고 말했다.
과거의 부끄러운 상처를 속죄한 독일 국민들은 독일통일과 유럽통합을 이루어냈다.
그런데 일본은 어떠한가? 일본 중학교용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일본 중심적인 황국사관과 식민사관을 통하여 과거사를 왜곡하려는 운동이 끈질기게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국권을 침탈하고 식민지화한 만행을 저질러 놓고 오히려 혜택을 주었다고 한다. 한국에 철도와 항만·도로를 건설해준 공이 있으니까 적어도 한국에 대한 일본의 기여와 공로를 한국인들이 고마워해야 한다는 못된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황국사관에 의해 '침략'을 '진출'로 바꾸고, 우리의 '독립운동'을 '폭동'으로 토지를 강탈한 것을 '토지수용'으로 미화하고 있다. 종군 위안부를 정신대로 끌려가서 공장에 다녔다고 호도하는 왜곡된 역사를 청소년들에게 가르치려 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역사 교과서 왜곡을 일본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깊이 개입하여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이 양식있는 시민단체에 의해서 제기되고 있다.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아 달라는 우리나라의 요구에 대해서 내정간섭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태도에서 과거 일본이 대동아 공영권을 외치면서 한국과 중국을 강점하고 그들이 저질렀던 만행을 덮어 두려고 하는 일본의 후안무치함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일제때 드넓은 옥토가 있는 김제지역은 가장 먼저 수탈의 대상지가 되었고, 그 결과 김제는 농경지의 80% 이상을 강제로 뺏겼다.
힘없는 농민은 소작농으로 전락했으며 소작지마저 구하지 못한 농민은 가족을 이끌고 간도와 연해주로 부쳐먹을 땅을 찾아 정처없이 떠나야했던 뼈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조정래작가의 대하소설 아리랑은 김제시 죽산면 홍산리 외리·내촌을 주무대로 일제시대에 우리민족의 고난과 애환 그리고 자랑스런 독립운동사를 그린 대서사시이다.
김제시는 소설 아리랑의 발원지인 죽산면 홍산리 외리와 내촌마을을 아리랑 문학마을로 조성하고 벽골제 일원에 아리랑 문학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이곳에 조정래 작가의 육필원고 2만여매와 일제시대의 수탈과 항일운동사등 관련 자료를 수집전시, 청소년들의 체험적 교육현장으로 활용함으로써 독립운동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용서는 할수 있어도 잊어서는 안될 우리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TV·신문사등 언론 매체가 잊혀져 가고 있는 일제치하에서 겪었던 나라 잃은 설움과 치욕, 그리고 일제에 의연히 맞서 독립을 이루어낸 항일 운동사를 발굴하고 연재해 나가는 재조명 사업을 통해 민족적 역량을 바로 세우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필자는 한방법으로 과거 우리의 항일사와 관련해서 조정래의 소설아리랑을 언론매체에서 극화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아리랑은 비록 소설이지만 일제만행을 작가가 수년간에 걸쳐서 취재한 민족수난의 전반적 사실을 담고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도 이번만큼은 쉬 끓었다 금방 식어버리는 식의 감정적 대응보다는 지속적으로 역사 왜곡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켜봄으로써 일본의 우익화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국민적 역량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 곽인희 (김제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