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지는 삶’의 아름다움



 

일등지상주의가 팽배해 있는 마당에 ‘지는 법’을 가르친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봄 가뭄에 단비처럼 반가운 신선한 충격의 진원지는 ‘지는 아이로 키우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수양부모협회이다. 이 운동이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그 정신이 우리 사회를 찌들게 하는 갖가지 병리현상의 본질에 대한 통찰과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뒤틀림의 본질적인 원인은 다양한 삶의 양태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데 있다. 획일적 기준으로 한 줄 서기를 강요하고 그에 따른 경쟁만을 강조하며 부추긴다. 그 경쟁에서 이겨야만 삶의 의미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공동체 사회의 밑거름이라 할 수 있는 양보의 마음의 소중하게 평가받을 리 없다. 원칙이라는 것도 헌신짝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웃을 짓밟을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그것이 보편 이념으로 통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식교육에 한이 맺힌 부모들에 의해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지는 삶’이란 엄밀하게 말하면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의해 실패나 패배로 판정 받는 삶을 의미한다. 자기 스스로의 기준에 의하면 ‘이기는 삶’일 수 있다. 독창적인 사고방식으로 인해 지진아 판정을 받았던 많은 천재들의 삶이 그 전형적 예라 할 수 있다. ‘지는 연습을 많이 한 아이들이 진정으로 이기는 아이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 말 역시 ‘성공’이데올로기에 오염되어 있는 듯 하여 안타깝기는 하지만 말이다.

 

중요한 것은 삶이 ‘이기고 지는’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는 법’을 가르치는 운동도 궁극적으로는 이에 대한 깨우침을 그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세속적 기준에 의한 성공이나 실패와 무관하게 자신의 가치척도에 따라 최선을 다하는 삶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야 한다. 살벌한 교육현장이나 혼탁한 정치권의 파행도 맹목적인 승리 지상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을 때에야 본연의 제 모습을 찾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