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을 맞이하면 천지에 신록이 가득하여 그 싱그러운 내음만으로도 권태로운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할 수 없다.
평범한 우리네들 삶이란 늘 고단하고 일정하여 한번쯤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마저 여유롭지 못하다가 계절이 바뀌고 신록이 무성해지면 마음마저도 풍성한 듯하여 문득 심신을 가다듬게 되는 것이 상례가 아닐까 싶다.
이 신록의 6월은 또한“호국·보훈의 달”로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위훈을 기리고 그 분들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되새기는 엄숙한 달이기도 하다.
국가가 누란의 위기에 처해있을 때 일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신명을 바쳐 나라를 지키는 분들의 헌신적인 애국정신은 아무리 머리숙여 경의를 표한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할 것이며 그 숭고한 정신을 바탕삼아 오늘의 조국이 있다는 사실을 깨우치는 계기를“호국·보훈의 달”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숱한 어려움과 고난을 이기고 지금의 발전된 나라를 건설할 수 있었으며 새로운 세기를 맞아 세계의 중심 국가로 우뚝서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을뿐 아니라 국경없는 경제전쟁을 헤쳐나가야 할 격량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계층간·집단간·지역간의 이해상충과 갈등의 폭은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이 오늘의 실상이며 물질적인 풍요로움만을 주구하는 극단적인 이기주의 속에서 어려운 이웃을 외면하는 사회풍도 또한 부끄러운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이러한 시기에 6월 호국·보훈의 달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 할 것이다. 49년전 6·25가 발발하자 오로지 조국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전장을 누비다 혹은 어느 이름모를 전선에서 산화 하였거나 혹은 부상을 입고 지금도 고통의 질곡에서 살아가고 있는 국가유공자들의 위대한 희생정신이 없었다면 과연 오늘의 대한민국 존립이 가능했으라.
민족의 성지 국립묘지에서, 그리고 전국각지의 현충탑에서 나라위해 애쓰시다 돌아가신 수많은 애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간절한 목소리가 이 푸른 6월에 더욱 우리가슴을 절절하게 하고, 그 숭고한 위훈을 생각하면 다시금 옷깃을 여미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신적 가치보다는 경제적 이익추구를 우선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우리들은 불과 반세기전 국난의 아픔을 까마득히 잊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들을 소홀히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마저 드는 것을 금할 길이 없다.
나라와 겨례를 초월하는 개인의 이익이 무슨 가치가 있으며 백천단두의 국가운명을 온몸으로 구해낸 위국헌신의 희생보다 더 숭고한 정신이 어디 있으랴.
우리 삶의 터전을 지키고 그 안에서 모두 안존할 수 있는 것이 오로지 국가유공자들의 공헌과 희생에서 비롯되었다할진대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그분들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바탕으로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고 국익을 신장시키는 일이야 말로 이 시대 우리모두의 사명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호국·보훈의 정신문화가 우리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정착될 때 우리들의 미래는 밝게 보장될 것이며 세계속의 주역 국가로 굳건히 자리 매김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하는 것이다. 초여름 이 싱싱하고 맑은 6월에 우리모두 호국·보훈의 정신문화를 새롭게 열어야 할 것이다.
/ 김형종 (전주보훈지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