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돈세탁방지법에 대한 논란으로 세간이 술렁이고 있다. 정치자금과 금융정보분석원의 계좌추적권 포함 여부에 이견을 제외하면 정치권은 모처럼 배짱과 꿍짝이 맞는 것 같다. 비록 야당은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는 것처럼 표정관리를 하고 있고, 여당은 소극적인 자세로 통과시키려는 어정쩡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그 시커먼 속내가 들여다 보인다.
여야 3당 총무회의에서 정치자금은 돈세탁방지법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자는데 합의했다고 한다. 마치 정치인들이 자기 앞의 떡을 서로 나눠먹기식으로 처리한 것 같다. 마치 정치인들은 자기들의 지은 죄나 과실에 대해서는 서로 묻지 않고 면죄부를 주려는 것처럼 보인다. 법을 만들면서 자기들은 규제대상에서 빼버렸다니 누구를 잡으려는 법인가 궁금하기만 하다. 실로 어처구니 없는 부도덕한 야합이라 아닐할 수 없다.
정작 돈세탁방지법은 불법적인 정치자금의 수수로 인한 음성적 비리와 부패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조항이며, 불법과 비리에 찌든 정치권에는 극약처방과도 같은 것이다. 돌이켜 보면 이제까지 우리네 정치인들은 나랏일이나 국민의 안녕을 위하여 일하는 선령이라기 보다는 단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서로 야합하는 작태를 많이 보여왔다. 어찌 보면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대표자이고 대변인임을 스스로 포기하고 온갖 특혜와 특권을 누리며 법 위에서 군림하였던 것이다.
이번 돈세탁방지법을 어떠한 형태로 결정되느냐 하는 문제는 우리 정치가 한 단계 발전 하느냐 못하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현 상황에서 정치자금을 뺀다는 것은 국민정서에 맞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제 앞에 큰 떡을 놓으려는 정치인들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이다.
돈세탁방지법은 대부분의 국민이 부패척결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법안이다. 이에 대해 정면으로 반대한다거나 이런 저런 이유를 달아 왈가왈부하는 것은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할 처사인 것이다. 언제나 말이지만 민심은 천심이다. 이번 돈세탁방지법에 대한 합의가 과연 민심을 반영한 것인지 정치권은 각성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