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성격도 원만해 부하직원이나 상사로부터 호평을 받는 직장인이었던 회사원 김모씨(44·전주시 서신동).
하지만 최근 들어 짜증을 부리는 깐깐한 성격으로 변해 매사를 일일이 점검하고 확인하는 등 노골적으로 부하직원들의 능력을 불신하기 시작했다.
또 늘 밝았던 얼굴은 수심과 피로로 덮였고 매사에 자신감을 잃고 불안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건강도 눈에 띄게 쇠약해져 눈 언저리에는 검은 그늘이 졌고 얼굴도 수척해졌다.
이는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전형적인 직장인 우울증 및 신경쇠약증 증세. 최근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조직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40~50대 직장인사이에 이런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백명 가운데 남성은 10명, 여성은 20명꼴로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 정신분열병이나 발작을 일으키는 공황 장애도 1백명당 1명꼴이다.
우울한 기분에 빠져 의욕을 상실한 채 무능감·고립감·허무감·죄책감·자살충동 등에 사로잡히는 일종의 정신질환. 울증 또는 울병이라고도 한다.
우울증의 평균 발병연령은 40세지만 요즘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우울증은 만성화되면 고집불통이나 공격적 성격, 성격장애 등을 초래하고 돌연사 등 각종 질병으로 악화돼 성인병의 70%가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는 의학보고서까지 있다.
특히 우리나라 직장인은 어려운 일도 참아내는 과묵함과 참을성을 미덕으로 배워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울증은 한 번만 나타날 수도 있고 주기적으로 재발되기도 한다. 한 번 나타나면 그 증상이 3~6개월간 지속된다. 증상이 전혀 없이 좋아진 기간이 2개월 이상 지속되다가 다시 우울증 증상이 나타나면 재발형이라고 한다. 우울증 환자의 약 10%는 망상과 환각을 경험한다.
40~50대 갱년기에 발병하는 우울증은 주요 우울증상 외에 초조, 격정, 심한 건강염려증, 후회, 죄책감, 절망감, 편집성 성향, 우울망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주로 성격이 강박적이고 양심적이고 융통성이 적고 책임감이 강하고 급하며 예민한 사람들에게 잘 나타난다.
여자들의 경우 아이를 출산한 후 4주 이내에 우울증이 발병하는 경우를 산후우울증이라 하고 보통 정신병적 증상을 잘 동반한다. 우울한 기분이 적어도 2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감정부전장애라고 하며 대개 25세 전에 서서히 발병해서 만성적인 경과를 나타낸다.
유전적으로도 가족 중 우울증 환자가 있는 경우 2~10배 정도 더 많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성장과정에서 부모와의 사별이나 이별의 경험에 의해서 나타날 수도 있다.
성격이 의존적이고 열등감이 심한 사람, 지나치게 양심적이고 초자아가 강한 사람들에게 많다. 심리학적 원인으로 볼 때 우울의 원인은 미움을 억제한 결과다. 여기에는 폭력, 파괴성, 죽음이 포함되어 있다. 우울은 이런 부정적 감정을 밖으로 나타나지 않게 억압해 자기 책임으로 돌린 결과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치료는 정신와 약물치료를 함께하는 ‘통합 치료’가 효과적이다. 이때 광선(光線)치료, 행동치료, 인지치료, 예술치료 및 전기충격치료 등을 함께 한다. 전북대병원 정신과에서는 지난해 6월 ‘스트레스 클리닉’을 개설, 스트레스 반응검사를 통해 정신요법, 약물요법, 바이오피드백 치료, 스트레스 대처법 교육 등 치료를 시행해오고 있다.
전주 유상은신경정신과원장은 “사회적으로 신경정신과 치료 자체를 꺼려하는 분위기에다 우울증을 ‘병원치료를 찾을만한 병’으로 받들이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우울증이 악화된다“며 “3주 정도의 치료로 가능한 우울증도 방치할 경우 평균 10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의가 말하는 우울증 치료법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스스로>
1.너무 어려운 목표 설정이나 과중한 책임감을 갖지 말라.
2.큰 업무를 작게 나누어서 우선 순위를 설정하고, 자기가 감당할수 있는 만큼만 한다.
3.자신에게 너무 큰 것을 기대하지 마라. 기대가 너무 크면 실패감이 커진다.
4.다른 사람과 함께 지내도록 노력한다. 혼자 지내는 것보다 훨씬 이롭다.
5.기분을 좋게 하는 활동에 참가한다. 운동, 영화, 종교, 사회활동 등 어떤 것도 좋으나 너무 무리하거나 즉시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다고 초조해할 필요가 없다.
6.직업을 바꾼다든가, 결혼 혹은 이혼과 같은 일생에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당신을 잘 알고 있거나 당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의사등 다른 사람과 함께 상의한다.
7.우울 증세가 갑자기 좋아질 것을 기대하지 말라. 할수 있는 만큼만하고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한다고 스스로를 비난하지 말라.
8.부정적 생각을 그대로 받아 들이지 말라. 그것은 우울증의 증상이고 우울증이 치료되면 없어진다.
<일상생활에서 우울증 극복하기>
일상생활에서>
1.말없이 참지 않아야 한다. 우울한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2.스트레스를 줄인다.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는 좀 기분이 나아질 때까지 큰 결정사항이나 일에 대해 잠시 유보한다.
3.가벼운 소설이나 잡지를 읽는다. 기분이 우울하고 머리가 복잡할 때는 기술서적이나 복잡하고 어려운 책보다는 가벼운 소설이나 잡지를 읽으면서 기분을 전환하는 것이 좋다.
4.잠이 안오면 억지로 잠을 청하지 말고 산책을 한다.
5.오랜 기간 집에 혼자 있는 것을 피한다. 집에 혼자 있게 되면 우울한 기분이 더욱 심해진다.
6.즐거운 생각을 한다.부정적인 생각은 모든 일에 흥미를 떨어뜨리고, 자신을 무가치한 사람으로 여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