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음식점 문화의 독창성을 꼽으라면 아마도 ‘물수건’이 아닌가 싶다. 작든 크든, 음식의 종류와 관계없이 대부분 음식점들이 손님들에게 물수건을 내놓는다. 음식을 들기 전에 손이나 얼굴을 간단히 닦으라는 ‘친절’이 배어 있어 손님들이 굳이 마다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과문(寡聞)한 탓인지는 몰라도 외국 어느나라 음식점에서 식사전에 꼭 물수건을 내놓는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실제로 외국 여행길에 그런 경험을 한 여행객이 얼마나 될는지도 의문이다. 미국이나 유럽같은 나라들은 굳이 물수건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음식 자체가 우리처럼 먹고난뒤 입가를 닦아야 할만큼 요란하지 않고 굳이 닦으려면 식탁위의 네프킨 정도면 충분하다. 확실히 우리 음식문화는 요란하고 푸짐한 대신 그만큼 손씻고 입 닦을 일도 많은게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물수건의 위생이나 청결상태, 그리고 사용자의 에티켓이다. 몇몇 등급이 있는 음식점외에 종업원들이 물수건 다루는 것을 보면 기가 막히다 못해 화가 치밀 정도다. 손님이 보는 앞에서 그 물수건으로 그릇도 닦고 상도 훔치며 방바닥 걸레질까지 한다. 그러니 그것이 물수건인지 행주인지 걸레인지 도무지 헷갈릴 수 밖에 없다. 물수건을 쓰는 손님들의 행태는 또 어떤가. 손이나 얼굴만 닦는게 아니라 겨드랑이 등 닦기에 콧물, 가래침까지 뱉는 몰상식한 사람들이 없지 않다.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물수건에 대장균이 우글거리고 각종 세균에 오염될 우려가 크다 하여 당국이 한때 사용을 철저히 규제했었다. 그런데 어느사이 슬그머니 식탁에 다시 등장했다. 하긴 요즘같은 무더위에 음식점 물수건 서비스를 나쁘다 할 순 없다. 하지만 함부로 다뤄 그속에서 머리카락이나 고추가루 같은 이물질이 묻어 나올 정도라면 이건 공해다. 순진하게도 그걸로 눈자위를 닦았다가 안질까지 걸리는 바보(?)도 있다니 더 말해 무엇하랴.
걸핏하면 위생점검이다 뭐다해서 음식점 ‘잡도리’ 잘하는 당국이 물수건 청결상태 하나 제대로 유지하지 못한다면 그건 직무유기다. 말로만 ‘시민건강’ 어쩌고 요란 떨지 말고 이런 작은 일부터 하나씩이라도 바로 잡아 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