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시인이 고민에 빠졌다. 그의 문학의 젖줄이라 할 수 있는 고향이 수몰될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물 부족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건설교통부의 댐 건설 후보지의 하나로 선정된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꼭 시인의 고향이 수장된다고 해서가 아니다. 물 부족 사태를 굳이 많은 부작용을 동반하는 대형 댐 건설을 통해서만 해결하려는 밀어붙이기식 행정이 마땅찮은 것이다.
그동안 댐 건설은 경제성장과 과학발달의 상징이었다.전력과 물을 공급해주고 홍수를 조절해주는 등 문명의 화신이라는 평가까지 받아왔다.
그러나 그 대가 또한 만만찮음이 드러나고 있다. 많은 어종의 소멸, 삶의 터전을 잃은 수많은 수몰민, 생태계의 파괴 등 혜택에 못지 않은 부작용을 동반하고 있다. 또한 댐이 노화하면서 본래의 기능을 다하지 못한 뿐만 아니라 막대한 보수비용까지 들어가게 되어 또다른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그런데도 댐 건설이 지속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댐을 건설해야만 일거리가 생기고 관련 조직과 공기업이 존재이유를 확인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도 그렇다. 검은 돈의 뒷거래를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브라질, 이타이프 댐 건설은 ‘자본주의 최대의 사기극’이라 일컬어지기도 한다. 정치인, 관료, 건설업자의 3자 공조체제에 의해 추진되게 마련인 댐 결과적으로 ‘부패의 기념탑’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주문이 가능하겠다. 우선 물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라는 것이다. 주먹구구식 통계에 근거하여 댐 건설의 당위성만 강변하지 말고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경제적 변수를 세밀하게 살피는 고도의 계량경제분석기법을 도입하라는 말이다.
물 부족 사태를 실질적인 물 절약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좀더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라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외국의 물 관리 정책도 타산지석의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