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전성시(門前成市)에 반대되는 뜻으로 문전작라(門前雀羅)라는 말이 있다. 사마천(司馬遷)이 쓴 사기(史記)의 급정열전(汲鄭列傳)에 나오는 이 고사성어는 사람이 권세를 잃거나 빈천해지면 문앞에 새그물을 칠 정도로 방문객의 발길이 뚝 끊긴다는 뜻이다.
중국 전한(前漢0 7대 황제인 무제(武帝)때 적공(翟公)이라는 사람이 정위(廷尉)벼슬에 오르자 빈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러나 그가 면직이 된 후에는 금새 사람의 발길이 끊겨 문앞에 새그물을 쳐놓을 정도로 집 안팎이 한산해졌다. 얼마 후 다시 적공은 정위에 등용되고 사람들은 또 구름처럼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에 적공은 다음과 같은 글을 써 대문에 붙였다고 한다.
한번 죽고 한번 삶에 곧 사귐의 정을 알고/ 한번 가난하고 한번 부함에 곧 사귐의 태도를 알며/ 한번 귀하고 한번 천함에 곧 사귐의 정은 나타나네.
하루에도 몇번씩 변하는게 사람의 마음인데 어찌 세상인심 변하는 것을 탓할수 있을까마는 엊그제까지 머리 조아리며 갖은 아첨 다 떨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뒤돌아 서 냉정해지는 꼴은 괘씸하다 못해 인생살이가 허망함을 느끼게 한다.
변치않을 친구로 굳게 믿고 노태우씨에게 정권을 넘긴 전두환씨는 백담사에서 유배생활을 하는 동안 권력의 무상함에 마음을 잡지 못하고 퍽 괴로워했던 모양이다. 세상이 변하자 총대 거꾸로 메고 돌아선 몇몇 사람의 배반에 분을 삭이지 못하고‘손봐줄 사람들’을 곱씹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조석으로 달라지는 세상인심을 절감하고 있다고 해서 호사가들의 입줄에 오르내리고 있다.
폴라 존스, 모니카 르윈스키 등과의 성추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소송지원비란 명목으로 기부금을 받아온 그는 재임당시 75만달러에 달하던 기부금이 최근 3개월간 6천7백44달러로 형편없이 떨어지자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한다.
클린턴은 아직도 못갚은 변론비용 4백만달러를 벌기위해 부지런히 강연활동을 하고 있다. 권세가 있을때 아부하고 몰락하면 푸대접하는 염량세태(炎凉世態)는 예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매 한가지인것 같아 묘한 여운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