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명의 어린 꼬마와 엄마들이 서양 빵 요리 중 하나인 ‘머핀’을 만드는데 필요한 거품달걀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거품기를 젓고 있다.
빵빵하게 틀어놓은 에어컨 냉기에도 불구하고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곧 완성될 빵에 대한 기대감인듯 반짝반짝 빛난다.
전주시 서신동에 사는 김성희씨(32)는 요즘 오승준(서일초등 1)·경준(5) 형제를 데리고 매 주 한 번 ‘제빵제과’ 특강을 듣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모자가 간식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을 통해 아기자기한 사랑을 나눌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사노동의 수고로움도 간접적으로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요리요? 당연히 남자아이들도 할 줄 알아야죠. 요즘엔 뭐든지 남, 녀가 따로 없어요.”
전주시 진북동에 사는 진우(진북초등 1) 엄마 이명선씨(39)도 비슷한 이유로 아들 진우와 딸 민경(5)이를 데리고 여성회관을 찾는다.
전북여성회관이 방학을 맞아 진행하고 있는 ‘엄마와 자녀가 함께 하는 제빵제과반’이 요리사를 꿈꾸는 꼬마 쿡들에게 직업의 세계를 미리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성평등 교육의 장으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여성회관이 한 달 과정으로 모집한 이 프로그램 정원 15명(자녀 기준) 중 40%를 차지하는 6명이 남자아이들로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떨어진다”는 식의 부모들의 전통적인 성정체감이 많이 변화했음을 엿볼 수 있다.
이번 프로그램에 남매 모두를 데리고 참여한 강현숙씨(39·전주시 삼천동)는 “이제 남자는 바깥일, 여자는 집안일 식의 보수적인 생각으로 가사노동에 참여하지 않는 남편은 가정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시대가 왔다”며 “우리 아이가 커서 가정을 이뤘을 때 가사노동의 참 가치를 존중하고 아내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미리부터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수강을 결심했다”고 귀뜸해 21세기를 맞아 젊은 부모들을 중심으로 양성평등교육 의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강씨는 또 세계 최고의 요리사가 되는게 꿈이라는 딸 유림(전주용흥초등 2)이에게 전문기구 사용법과 피자 도우넛 카스테라등 다양한 빵요리를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며 즐거워 했다.
이번 프로그램 진행을 담당한 전북여성회관 신정숙 계장은 “아이들은 교사 및 부모의 지도를 통해 전통적인 성역할 행동 및 태도를 습득하게 된다”며 “따라서 무의식적인 성역할의 정형화과 성차별을 완화시키기 위한 이런 프로그램들을 계속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