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길이는 3개월 전 성기발육이 늦고 음모가 나질 않는다고 내원한 27세 환자이다.
처음 진료시 비교적 생각하는 것이 나이에 비하여 뒤떨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키는 매우 컸지만 근육질은 보이지 않았다. 27세의 젊은 남성에게 있어야 할 코밑과 턱수염은 나있지 않았고 얼굴은 매끄러워 여성으로 착각을 할 정도였다. 목소리는 가냘퍼 여성의 목소리와 같았다.
여성으로 성전환한 “하 XX”처럼 얼굴과 목소리로만 본다면 여성과 다름이 없었다. 고환이 최소한 메추리알 정도는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붉은 콩 정도의 작은 크기였으며 성기는 초등학교 3학년정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부끄러운 곳을 가리기 위한 음모는 전혀 나 있질 않았다. 어느 정도 나이가 찬 뒤에는 대중 목욕탕의 출입을 할 수 없었으며, 아무때고 대중목욕탕을 들락거리는 친구들이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대개 2차 성징이 나타나게 된다. 이때는 부모에게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며 또 목욕탕도 같이 가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아버지가 세심한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남성생식기의 성장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않는지 알 수가 없다.
체격은 정상일지라도 생식기의 발육은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쯤은 사춘기에 접한 아들과 같이 목욕탕에 가는 것이 필요하며, 아버지의 크기보다 적은 고환을 가지고 있다면 비뇨기과 전문의의 진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의학적인 상식이 없었던 그에게는 고환의 크기가 어느 정도가 정상인지 알지 못했으며 여러 가지 남성의 상징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 좋아질 것으로 생각하였다.
검사한 혈액검사 상 고환에서 분비되어 남성의 심볼을 만드는 남성호르몬은 거의 바닥까지 떨어져 있었으며, 이는 뇌의 시상하부에서 나오는 일부 호르몬이 선천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상적으로 시상하부호르몬은 뇌하수체 호르몬을 자극하고 다시 뇌하수체 호르몬은 고환을 자극하여 남성호르몬과 정자의 생성을 자극하게 되는데 영길이는 뇌에서 만들어져야 할 시상하부호르몬이 전혀 나오질 않아 남성으로서의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남성과 관련한 호르몬은 고환만 관계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뇌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고환에서 만들어진 남성호르몬은 뼈에 작용하여 뼈를 단단하게 만들지만 영길이는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여성형 골다공증이 이미 발생되어 있는 것이었다.
시간이 흐르면 좋아질 것으로 믿었던 영길이에게는 절망적인 진단명이었다. 아버지가 될수 있는 가능성도 또 남성으로서의 기능도 현재는 모두 잃어버린 셈이었다.
이런 경우에는 약 두시간 간격으로 시상하부에서 나오는 호르몬을 피하주사하면 어느 정도 기능이 회복된다는 보고가 많이 있다. 그러나 두시간 마다 주사를 규칙적으로 맞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당뇨환자를 위하여 만들어진 인슐린 주입기를 약간 조정하여 사용하면 가능해 질 수도 있다. 현재 영길이는 이 주사기를 이용하여 치료를 하고 있다. 정상적인 남성으로서 활동하는 것이 그의 소원이란다.
“교수님 제 고환은 언제쯤 커지나요?” 한번 오면 10분 이상 다양한 질문을 던지던 그가 진료실을 떠나가면서 남긴 말이다. 27년간이나 잠자고 있던 고환이 과연 기지개를 켜고 그의 소원을 들어 줄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