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에이즈(AIDS) 바이러스(HIV) 검사에서 음성(정상) 진단을 받았던 환자들이 유전자 검사 결과 말기 에이즈로 판명된 사실은 국내 보건당국의 에이즈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말기 에이즈환자로 밝혀진 3명은 10여년 가까이 에이즈 증세를 보였음에도 사망 직전에야 에이즈 감염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이는 만약 이들이 정상인과 같은 활동을 했을 경우 다른 사람에게 에이즈를 계속 전파했을 수도 있다는 가상을 가능하게 한다 .
더욱이 국립보건원은 지난해 10월 서울 중앙병원 조영걸 교수로부터 말기 에이즈환자 발견 사실을 통보받은 데 이어 올 봄에도 또다른 환자의 감염사실을 직접 확인하고도 이 사실을 발표하지 않은 채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조 교수가 맨 처음 유전자검사법을 통해 에이즈 말기 환자 A씨를 진단한 것은 지난 99년 11월이었다.
A씨는 개인병원 등에서 수차례에 걸쳐 실시한 항체검사법을 통해 에이즈 음성판정을 받았는 데도 에이즈 증세가 계속돼 유전자검사법으로 진단한 결과 이미 말기 에이즈 환자로 판명됐다.
A씨는 결국 숨지고 말았으며, 국립보건원도 지난해 이같은 사실을 인지했다.조 교수는 이어 올 봄에도 같은 조사방법을 이용, 이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B씨가 말기 에이즈환자임을 밝혀냈으며, 국립보건원도 이 환자의 에이즈 감염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조 교수는 또 이달에도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 C씨가 에이즈 말기 상태에 있음을 유전자검사법을 통해 진단했다.
B씨와 C씨 모두 그동안의 항체검사에서는 음성판정을 받았으며, B씨의 경우는 대학병원 등에서 조차 에이즈 음성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교수는 'B씨의 경우 뒤늦게 에이즈감염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를 치료했던 대학병원의 간호사 20여명이 집단으로 에이즈검사를 받는 소동도 있었다'며 '항체 형성 전 초기 감염자나 항체가 정상적으로 형성되지 않는 말기 에이즈환자의 경우 현재의 항체 진단으로는 에이즈 감염여부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에 따라 임상의사는 에이즈가 의심되는 증상이 있을 경우 1차 스크리닝 검사 결과에만 의존하지 말고 반드시 유전자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립보건원 관계자는 '유전자 검사는 비용이 많이 들어 병원측에서 공식적으로 요청해오는 경우만 실시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유전자검사를 홍보한 적은 없다'며 '현재로서는 국민 각자가 에이즈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