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4대를 동시에 탈취한 테러리스트들은 일본의 가미가제식 공격으로 미국 부(富)의 상징인 세계무역센터 쌍동이 빌딩을 동시에 들이받았다.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 나왔고, 믿기지 않은 현장을 텔레비전으로 바라보는 사람들 역시 정신적 혼돈상태에 빠졌다.
분명 영화의 한장면이 아니다. 어쩌면 영화적 상상력을 훨씬 뛰어넘는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정신적 혼란을 겪는 사람은 비단 미국 국민뿐이 아니다.
이른바 ‘패닉’(panic) 상태에 빠져든 사람들은 생생한 사고발생 당시의 모습 그대로를 안방에서 지켜본 전세계 시민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극도의 테러 공포에 빠져 있는 것이다.
CNN 방송 등 미 주요 언론들은 비행기 충돌 직후 무역센터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뛰쳐 나가 거리가 아수라장을 이루었다고 보도했다. 흥분과 공포에 빠진 목격자들의 생생한 증언은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 넣기에 충분했다.
미국 전역의 동시 다발적 테러사건이 보도되자 많은 사람들이 밤을 새워 TV를 시청하고 가정이나 직장에서 이 사건이 이슈가 된 가운데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해 심각한 정신적 충격으로 안절부절 못하는 사람들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도 사건이 장기화 될 경우 정신적으로 부작용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정신과 전문의들은 우려하고 있다.
경악스러운 테러사건은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정신적 충격이나 외상을 받은 뒤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급성 스트레스 장애’.
급성 스트레스 장애는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으로 신체적인 손상 및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하는 신체적, 정신적 증상을 겪은 후 발생하는 질환.(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 PTSD).
전쟁이나 지진, 홍수 등 천재지변 등으로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인 뒤 발생하는 질환이다. 직접적인 폭행, 교통사고, 자연재해는 물론 미국의 테러사건, 삼풍사고, 성수대교 붕괴사고 등을 간접적으로 체험한 경우에도 정신적으로 이겨내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재난을 당한 이들 중 적게는 5%, 많게는 75%에게서 이런 장애가 확인된다.
사건·사고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주변 자각증상이 감소된 멍한 상태를 보일 수 있으며, 잠을 잘 이루지 못하기도 한다. 또 지나치게 긴장하고 수시로 깜짝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이며, 피해의식을 갖거나 공격적 성향을 드러내고, 불안해서 서성대는 등 대인관계나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같은 증상이 충격 후 한달 이내에 끝나면 급성 스트레스 장애, 한달 이상 계속되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한다. 이런 증상은 성폭행 당한 피해여성이나 아동학대 피해아동, 집단따돌림을 당한 학생 등에게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삼품백화점 붕괴사고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생존자들이 수년동안 당시의 사고기억을 잊지 못해 정신적 고통을 겪어왔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미 테러 대참사 소식을 전하는 텔레비전을 통해 지켜본 국민들 가운데 정신적인 충격이나 외상을 받은 후에 나타나는 ‘급성 스트레스 장애’ 증세를 보일 수도 있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특히 이번 사건과 같은 경우 자신이 테러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거나 전쟁이 나면 어떻게 할까, 우리 경제가 파탄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현상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전문의들은 “사람은 어느 정도까지의 충격은 이겨낼 수 있으나 한계치 이상의 정신적 충격을 받으면 여러 가지 병적 증상을 보이게 되며 심약한 사람이나 어린이, 청소년의 경우는 어른보다 쉽게 반응한다”며 “대부분 정상인의 경우 빠른 시간 안에 정상을 되찾지만 2~3일 이상 이런 증세가 지속되면 전문의의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어릴 때 감정적 외상을 받은 경험이 있거나, 의존성 편집성 또는 경계형 성격소유자, 사회 보호·보장제도 등 사회적 지지가 부적합한 경우, 그리고 최근 스트레스성 생활변화 등을 겪은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또 심약한 사람들일수록 오랫동안 TV를 시청하거나 몰입해서 신문을 보는 행위, 장시간 이번 사건과 관계된 대화를 하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급성스트레스 장애 증후
1. 사건을 잊지 못하고 계속 기억하고
2. 사건, 사고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3.주변에 대한 자각증상이 감소된 멍한 상태를 보일 수도 있으며
4. 잠을 잘 이루지 못하기도 한다.
5. 지나치게 긴장하고 수시로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이며
6. 피해의식을 갖거나 공격적 성향을 나타내고
7. 불안해서 서성대는 등 대인관계나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