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 34년 공직마감 농부로 새삶

 




너나없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도시로 향하는 시대적 조류속에서도 묵묵히 고향을 지키는 군수출신 농부가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있다.

 

김제시 죽산면 옥성리 내재마을에서 살고있는 정희운씨(68).

 

지난 90년 8월부터 92년 7월까지 제33대 김제군수를 역임한바 있는 그는 7명의 김제시장, 37명의 역대 김제군수중 현역인 곽인희 시장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고향을 지키는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면사무소 계장만 지내도 고향을 등지는 이때 34년의 공직경험을 뒤로한채 하나의 농부로서 살아가는 정 전군수를 찾아 그의 삶에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designtimesp="7790">

 

 

동천농장.

 

정 전군수의 호를 딴 동천은 말 그대로 동쪽에 있는 샘물이다.

 

인생은 마무리하는 그 순간까지 언제나 변함없이 새롭게 삶의 의미를 창출해나가는데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서 지은 호이다.

 

부인 김정자씨(60)와 단 둘이 살면서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3천여평의 농장에서 1백10마리나 되는 소를 일꾼하나 사지않고 키우는 정 전군수는 힘이드는 농촌생활이지만 얼굴에 전혀 근심이나 힘든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다.

 

소를 키우면서도 틈나는대로 백일홍, 맨드라미, 봉선화, 장미등 꽃을 가꾸기도 하는 노 부부는 접붙이기를 통해 1백여그루의 왕방울 은행나무를 보살피느라 여념이없다.

 

최근에는 1만여그루의 왕방울 은행나무를 마치 자식을 기르듯 정성스럽게 보살피고 있다는게 동네 주민들의 말이다.

 

IMF, 구제역, 광우병, 수입개방등으로 추풍낙엽처럼 축산농가들이 나가 떨어지는 상황속에서도 정 전군수는 꼭 6년간 변함없이 한우를 키우면서 연간 수천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진짜 농꾼이 됐다.

 

“단 하루만 버텄으면 나가지(=출마) 않았을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정 전군수는 억지춘향이 격으로 지난 95년 6월 당시 집권여당이던 민정당 김제시장 후보로 출마했으나 예상대로 황색돌풍의 위력만 느꼈다.

 

선거때 연금까지 일시로 찾아 다 써버렸던 그였지만 공직을 떠나고 선거에 실패한 것이 그에게는 자신의 길을 걸을수 있는 계기가 됐다.

 

9순의 노모와 한동네에 사는 동생, 그리고 아는 사람이라면 너나없이 찾아와 “아파트에서 편히 살면서 등산이나 다닐일이지 무엇때문에 죽을길(=축산)을 가느냐”는 만류를 했지만 그는 평소의 꿈이던 고향에서의 농민이 되기를 자처했다.

 

“내 몸을 움직일수 있는때까지 나무 한그루라도 더 가꾸고 소 한마리라도 더 키우겠다”며 소탈하게 웃는 정 전군수를 보면서 진정한 삶의 의미는 매우 사소한 것에서 찾아질수 있음을 느끼게한다.

 

겸손한데다 공사를 명확히 구분하는 깔끔한 처신으로 인해 이미 오래전에 퇴임했으면서도 후배공직자들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그는 이제 동천농장의 농장주로 더욱 존경을 받고있다.

 

김제서고와 전북대 농대를 졸업한 정 전군수는 부안, 순창, 김제군수, 그리고 도 농림수산국장과 새만금사업소장을 지낸 사람 답지않게 직접 허드렛일을 하면서 오늘도 고향을 지키며 소와 함께 하루를 보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