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說’과 ‘疑惑’

 

 



나라의 운명이 백척간두(百尺竿頭)에 걸린 구한말(舊韓末)에 차마 듣기 섬뜩한 괴담이 밑도 끝도 없이 떠돌기 시작했다. 너무 엽기적이어서 옮기기조차 거북한 이 괴담 시리즈는 “나병환자가 어린아이의 간을 빼먹는다, 중국 사람들이 항구에 배를 대놓고 서커스 시킬 아이들을 닥치는대로 잡아간다, 백인(러시아인)들이 몸보신 하기 위해 어린아이를 가마솥에 삶아 먹는다”는 등 사람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황당하기 이를데 없는 이 괴담은 입소문을 통해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고 어느새 일각에서는 반신반의 하면서 ‘사실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지만 소문이 소문을 확대 재생산하여 자꾸 반복해서 들으니 스스로 ‘인식의 혼란’에 빠져들게 된 것이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드(freud)의 지적처럼 인간은 이중적 본능을 가진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반복, 최면, 합리화에 약할 수 밖에 없다. 더욱 이 소문의 내용이 충격적이면 충격적일수록 혼란의 강도는 더 심하게 나타난다.

 

어쨌거나 이 괴담은 폭발력이 어찌나 컸던지 수십년이 지난 해방후 까지도 이어져왔다. 흉측한 괴담이나 유언비어, 흑색선전과 같은 악성 루머는 항용 세상이 어지러울때 자주 등장하는 습성이 있거니와 이 괴담도 극도의 혼란기에 일본인들이 반사적 이득을 노리고 만들어 퍼뜨린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불러 모았었다.

 

한데 최근에는 ‘설(說)’과 ‘의혹’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유언비어와 흑색선전이 시간, 장소 가리지 않고 횡행하고 있어 국민들을 ‘혼란의 늪’으로 빠뜨리고 있다. 대명천지 밝은 세상에 혹세무민(惑世誣民)도 유분수지, 어디서 한마디만 주워들으면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도 캐낸듯 우선 폭로부터 하고 본다.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아니면 말고’식으로 고개만 돌려버리면 그만이다. 상대방이 당할 곤욕 쯤이야 안중에도 없다. 그런 부류는 으례 자기 인권이라면 끔찍이도 챙긴다. 이같은 무책임한 폭로는 정치권과 언론이 단연 금메달 감이다. 야당과 일부 언론이 ‘이용호 사건’을 놓고 또 ‘호남 커넥션’ 운운하며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 속이 빤히 들여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