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교통문화 지수

 



자동차가 일상 필수품이 된 지금 교통문화는 곧 한 지역의 전반적인 문화수준을 알 수 있는 척도가 되었다. 교통문화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교통문화지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월드컵이라는 대규모 국제행사를 앞에 둔 마당에 이 지수는 개최 도시 모두에게 있어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교통안전공단과 녹색교통운동이 공동으로 전국 30개 도시를 대상으로 실시한 교통문화지수 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되었다. 그런데 이 고장 전주가 월드컵 개최 도시 가운데 꼴찌에서 두번째를 기록했다. 예향을 내세우고 문화의 도시를 자랑하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부끄러운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특기할 일은 평가 항목 중 운전행태 부분에서 1위를 차지하고도 교통안전 부분에서 극히 낮은 점수를 받음으로써 이러한 결과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나머지 보행행태와 교통환경 부분에서도 비교적 괜찮은 점수를 받고도 종합평점에서 이런 기록을 차지하게 된 점은 특히 눈여겨볼 일이다.

 

우선 주민 신고제 시행 이후 운전행태 개선에 급진전이 있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말하자면 그것이 아직 교통문화로까지 정착되지 못하고 신고의 눈길이 무서워 울며 겨자먹기로 정지선 지키기 등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 지역에서 유별나게 심한 교통사고의 ‘확대포장’으로 사고율이 높게 책정된 수밖에 없었다는 점도 우리 모두를 부끄럽게 하는 부분이다. 경미한 접촉사고도 심각한 사고로 신고가 되고 아무렇지도 않은 가짜 환자들이 병원에서 거짓 입원하는 일이 이 ‘문화의 도시’에서는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어 있는 것이다.

 

교통환경 등 구조적인 결함들을 시정하는 일도 금하고 운전행태를 바르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공동체 의식의 회복이라 할 수 있다.

 

나도 언제든 실수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남의 실수를 대할 수 있어야 한다. 사소한 사고의 잘잘못의 가리기에 급급하여 신고나 고발을 일삼는 한, 그로 인한 도로정체와 교통혼잡을 모르쇠하는 뻔뻔함을 견지하는 한 우리는 결코 교통 후진성을 면할 수 없다. 단순한 교통문화지수의 문제가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이 지역의 삶의 질과 관련된 과제라 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