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과 저수지 등에서 조류의 이상증식에 의한 물빛의 변화가 해당증식 조류의 체색을 따서 붉으냐, 푸르냐에 따라 적조나 녹조라고 한다.
지난여름 적조는 남해안 여수 일대에서 발생해 부산을 거쳐 동해쪽으로 이동해 강릉까지 북상해 적조주의보를 발령하는 등 법석을 떨었지만 수산업에 엄청난 피해를 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전북도민의 식수원인 용담댐은 담수가 이루어진지 채 1년도 안된 지금, 녹조현상으로 도민의 가슴을 조아리게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적조, 녹조현상은 생물들이 변화된 환경에 맞춰 반응하는 현상으로 자연현상이다. 문제는 변화된 환경을 인간이 제공한다는 점이다. 적조, 녹조 피해가 발생하면 양식장 등의 피해가 금액으로 환산되어 보도되기 때문에 적조가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자연의 폭력으로 인식되기 쉽지만 인재의 혐의가 더 크다.
인과 질소 등 육지의 하수나 쓰레기에서 나온 영양염류가 정화 처리되지 않고 저수지 나 바다로 흘러들 경우 이들 영양물질들로 물이 부영영화 되어 플랑크톤 번식의 한 조건인 풍부한 먹이를 제공하게 되는데, 이 원인을 인간이 제공하고 있다. 이것이 해수 온도 상승 시점과 만나면 적조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뒤늦게 황토살균, 전해수-황토살균 등 부산을 떨지만 이는 효과적인 제거방법이 아니며, 적조나 녹조가 발생되지 않도록 육지에서 환경오염을 얼마나 줄이는가가 중요한 변수이다. 즉 과도한 비료사용과 농약살포, 정화되지 않은 생활하수와 공장폐수를 얼마나 육지에서 효과적으로 처리하느냐에 따라 적조 발생은 좌우되는 것이다.
적조나 녹조 못지 않게 우리 국민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것은 정치에서 나타나는 적조현상이다. 들려보는 소식마다 푹음 다음날 속 쓰리고 머리 아픈 듯한 느낌이다. 역할이 끝났고, 또 끝나야할 YS와 JP는 심야에 만나 국민은 안중에 없고, 둘만을 위한 진로를 논의했다는 소식이 그렇다.
언론사 세무조사를 서슬 퍼렇게 이끌었던 국세청장이 비리의혹으로 장관직에서 물러나고, 국세청에서 고발 내용을 공명정대하게 수사해야할 검찰은 위·아래를 막론하고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할 국회는 과거의 비디오 테이프를 틀어 놓듯 여전히 정쟁만 일삼고 있다. 오늘의 정치환경에 우리 국민은 육지와 바다에서 동시에 적조와 녹조를 겪고 있는 느낌이다.
지난해 국민의 지지속에 진행된 총선연대의 낙선운동은 불법판정을 받고, 제도를 바꾸라고 요구하면 여야의 당리당략에 막히고 있다. 답답한 마음에 오염된 정치환경에 황토살균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무릇 모든 결과는 원인이 있다. 정치환경 오염에도 반드시 원인이 있을 것이다. 색깔만 보고 찍었거나, 과대 포장된 홍보에 속아 찍었거나, 출신지역, 학교, 혈연에 의해 자기이익만을 고려해 투표한 결과가 정치오염의 원인이 아닐까?
별생각 없이 버렸던 하수와 폐수가 적조의 원인이 되듯, 신중한 판단 없는 선택은 오염된 정치권만을 양산할 것이다.
/ 최형재 (전북시민운동연합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