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판도라의 상자



하늘의 신(神) 제우스는 노하였다. 프로메테우스가 천상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었기 때문이다. 제우스는 인간을 벌하기 위하여 여자를 만들었는데, 이 여자에게 아프로디테는 매력을 선물했고 헤르메스는 꾀와 재주도 주었다.

 

모든 신들이 온갖 능력을 이 여자에게 주었기 때문에 그 여자의 이름은 모든 선물이라는 뜻을 가진 판도라였다. 하지만 이 판도라는 인류에게 불행이자 재앙의 상징이 되었다.

 

요즈음 우리 사회가 마치 판도라의 상자 뚜껑을 막 열은 것은 아닌지 의아하고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부정과 비리의 검고 뿌리 깊은 커넥션이 끝을 알 수 없는 부패를 낳고, 그 부패는 다시 부정과 비리를 확대 재생산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온 사회를 뒤덮고 있는 듯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현준 게이트와 진승현 게이트 뒤에는 굵직굵직한 국회의원이나 국정원 간부들이 뒤를 봐주었다는 의혹이 사실로 불거져 나오고 있고, 동방금고 불법대출에 관련되었던 이경자씨도 국회의원에게 로비를 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런가하면 올해에 벌어진 주가 조작 이용호 게이트에도 전 국정원 경제단장의 관련의혹도 짚다고 하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그것마저 밝히기가 힘든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 아니 이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모든 메가톤급 대형 비리사건들 뒤에는 어김없이 힘깨나 쓰는 구린 사람들이 숨어있었다는 사실이다.

 

또 한가지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은 그런 사건들의 수사가 이루어질 때마다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범죄행위를 처단해야할 검찰이 오히려 사건을 축소 또는 은폐하여 덮어버리고 묻어버렸다는 의혹이다. 이러한 연속적인 대형 비리 사건이 처리되는 현실을 지켜보면서 야비하고 더러운 승냥이는 뒤로한 채 그저 힘없고 약한 토끼의 뒤를 쫓는 것 같은 검찰의 모습이 아쉽고 안타까울 뿐이다.

 

판도라의 상자가 불행과 재앙이면서 또 하나의 희망인 것처럼 이제 우리 사회도 새로운 희망을 가져야 할 때이다. 단순히 판도라의 상자에서 나오는 재앙이 무서워 그것을 덮어버린다면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은 영원히 멀어져 갈 것이다. 어떠한 희생과 비용을 치르고서라도 이제 우리 사회에서 부패와 비라가 손을 잡고 부정을 양산해 내는 그런 사회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