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시골 유학’붐

 

 


‘아침에는 빈 논 지푸라기에 하얗게 서리가 내려있더니 햇볕이 참 좋다. 강건너 묵은 산밭에는 감들이 꽃처럼 붉다. 빨갛게 단풍물이 드는 붉은 나무, 조용하게 노란 물이 들어가는 팽나무, 벌써 붉은 잎이 다 떨어져 가는 산벚나무…’‘배추 잎이나 무 잎은 서리를 맞을수록 싱싱하게 푸르다. 땅을 뚫고 땅위로 올라 온 흰 무의 몸뚱이는 얼마나 막강해 보이는가…’

 

임실군 운암면 마암분교교사인‘섬진강 시인’김용택씨가 일간신문에 기고한‘어느 늦가을의하루’란 글 가운데 한 구절이다. 시인의 눈에 비친 가을 점묘(點描)에 아하! 하는 감흥이 절로 나온다.

 

일상의 눈으로는 스쳐지나가는듯한 가을이지만 그가을의 정취가 고스란히 배어 있는 곳이 바로 농촌이다. 뒷곁 여기저기 담아둔 두곡식하며 탐스런 노란호박에 줄줄이 매달린 곶감꽂이, 처마를 받치는 강냉이 묶음, 수수단, 이른 아침 머리에 서리를 머금은 무·배추밭, 이모두가 천년을 이어온 우리 농촌의 정겨운 가을 모습들이다.

 

스산함과 넉넉함을 함께 안고 또 한 해의 가을걷이를 끝낸 농촌엔 그러나 지금 적적하리만치 고요가 흐른다. 먹고 살기 위해서, 자식 교육때문에, 직장따라 농촌을 버리고 도시로 나간 농촌사람들이 얼마인가.

 

산업화 과정과 농정의 실패로 이농현상이 심화된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우렁 더우렁 산과들을 뛰놀며 자연속에 동심을 키우던 어린이들의 모습도 더불어 찾기 힘들다. 농촌학교는 시간이 흐를수록 폐교의 아픔과 함께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 가장 쾌적한 교육환경이 자연 친화라는데 그 현장에서 어린이들이 떠나는 안타까움을 언제까지 보고만있을 것인가.

 

그런 농촌에 요즘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한다. 도시 초등학교 학생들의‘시골 유학’붐이 그것이다. 서울·전주등지에서 임실(마암분교)·김제등 농촌지역으로의 전학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자연친화적인 교육에 도시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그들을 수용할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하고 있다는 현장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돌아오는 농촌’을 만드는 일은 교육에서부터 시작되는것이 당연한데 그게 제대로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