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 동서고금을 통해 인간의 가장 큰 욕망인 부귀와 영화의 상징이었다. 금은 또 마력을 지니고 있다고 하여 옛날부터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금의 위력에 대한 끝없는 환상이 중세의 연금술(鍊金術)을 발달시켰고, 당시의 사상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녹슬거나 변질되지 않고 독성이 없는 금은 금속중에서 가장 뛰어난 전성(展性))과 연성(延性)을 가져 겨우 1g으로 3㎞ 길이 금사(金絲)를, 또 1만분의1㎜ 두께의 얇은 금박(金箔)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성질 때문에 금은 여러 공예품이나 장식용 재료로서 귀하게 여겨져 왔으며, 최근에는 전자공업 분야에 까지 널리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인류 7천년 역사동안 채굴된 금은 약13만5천톤에 불과하다. 그 희소가치 때문에 마르코 폴로의 모험이나 콜럼버스의 항해도 동양의 금을 구하려는 것이 첫째 목적이었다.
98년 외환위기때 국민들이 자발적인 금모으기 운동을 벌여 외채를 갚는데 일조한 것은 가슴 뿌듯한 일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벗어난 직후 김밥에 금가루를 뿌려 파는 음식점이 등장해 사람들을 아연하게 한것은 아이러니다.
금이 몸에 좋다는 소문을 타고‘금가루 마케팅’이 계속 확산된 것은 그 이후부터다. 화장품에 금가루를 섞어 미용에 좋다고 선전하는가 하면 참치등 회감에 금가루를 얹어 파는 일식집이 생겨났다. 지난해말 부터는 주류업계에서 금가루를 넣은 매실주를 출시, 주당들의 인기를 끌면서 매출이 크게 늘기도했다.
급기야 엊그제는 금가루를 입힌‘황금 굴비’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그 값이 한 마리당 20만원씩 10마리 한 세트에 2백만원이라니 웬만한 봉급생활자들의 한달 월급을 초과하는 액수다. 한 인터넷 업체가 황금 마케팅의 일환으로 내놓은뒤 세간의 화제가 되면서 전화주문이 쇄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판이 되기도 전에 식양청에 의해 판매금지를 당했다. 현행법상 금가루와 금박은 술과 과자류에만 허용됐기 때문에 굴비같은 식품에 첨가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식약청의 설명이다.
나라 전체가 허리띠를 다시 졸라매야 할 상황에서 금가루 식품 타령은 계층간의 위화감을 조성해 자칫 사회 전체 분위기를 해칠 우려가 있다. 사치와 엽기적인 소비문화가 우리 사회를 더 멍들게 하지 않을지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