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치러질 월드컵을 앞두고 지난 88 서울 올림픽에 이어 또다시 보신탕이 해외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그리고 영국 등의 주요 언론들이 한국의 개 도살과 식육 현장을 다룬 기사를 게재하며 비판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남의 일에 밤놔라 대추 놔라 하는 것도 싫지만 미식가라는 이유로 악어 꼬리에다가 심지어는 원숭이 골을 보고서도 입맛을 다시며 군침을 흘리는 서양인들의 하는 꼴이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든 티끌을 탓하는 것 같아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세계 여론이 꼭 보신탕 문제에 대해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세계의 굴지의 신문으로 꼽히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자이퉁과 일본의 아사히(朝日) 신문은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며 보신탕 문화 옹호론을 펴고 있는 만큼 세계 여론이 반드시 우리에게 불리하지만은 않다.
‘맛의 생리학’이라는 책의 저자인 브리야 사바랭은 “네가 먹은 것이 무엇인지 말해주면 나는 네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줄게”라는 말을 하였다. 이 말은 프랑스인 들의 식생활 습관이 그들의 생활 여건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음식요리의 천국이고 미식가들이 득실댄다는 프랑스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던가? 프랑스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은 멸종 위기에 처한 참새를 먹기 위해 법까지 어겼다. 그는 자신의 입맛을 위해서 살아 있는 참새를 브랜디에 익사시켜 요리하는 잔인한 요리로 한끼의 식사를 했던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보신탕 논쟁은 그만 두어야 한다. 우리 나라의 개고기 식용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고유의 음식문화이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느 집단이나 사회를 막론하고 각기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기 마련이다.
또한 문화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한 문화가 다른 문화를 비난할 수 없고 또한 그 우열를 따질 수도 없는 것이다. 이것이 문화의 본질이고 음식 또한 하나의 문화인 것이다.
서구인들이 주장하는 보신탕 문화가 동물보호에 어긋난다는 태도는 자기가 기르는 개는 사랑하면서도 자신과 피부 색깔이 다르다는 한가지 이유만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인종차별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