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지역 放送의 위기

 



다시 블랙홀의 거센 바람이 밀어닥치고 있다. 이 땅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죽음의 검은 역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아니 쭉정이만 남기고 알곡 될만한 것 모두를 앗아가는 그래서 주변부를 더욱 삭막하고 황량하게 만드는 ‘서울공화국’중심의 음산한 기운이 다시 또 변방 낙오자들의 삶을 뒤덮을 듯 밀려들고 있는 것이다.

 

정치를 독식하고 경제를 독점하고 문화와 교육마저 그 희생의 제물로 삼켜버린 거대한 입이 이제는 지역방송마저 먹어치우겠다고 군침을 흘리고 있다.

 

시청자의 권리를 찾아주겠다는 거창한 구호에, 디지털 영상산업을 발전시켜야 하지 않느냐는 그럴듯한 명분에 현혹되어 주변부의 소외군상들은 넋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하여 이를 막아보겠다는 지역방송인들의 몸부림을 ‘제 밥그릇 챙기기’정도로 여기기도 한다.

 

질 좋은 ‘서울방송’을 보고들을 수 있게 된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림 속의 떡 쳐다보고 침이나 흘리며 자신의 초라함을 곱씹어야 하는 비참한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지난달 방송위원회가 발표한 ‘채널운용방안’에 우리 ‘촌 것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방파 ‘서울방송’을 디지털위성방송을 통해 다시 재송신하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지역방송은 문을 닫으라는 뜻이다. 수도권 방송 3사에게만 채널을 배정하고 지역 방송을 배제한 것도 문제이지만 그런 구조에는 지역방송에의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 또한 못지 않게 심각한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여건 때문에 제대로 된 프로그램 제작이 어려워 푸대접을 받는 마당에 접근성마저 어렵게 된다면 누가 지역방송에 귀를 기울이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서울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는 지역주민들이 어디 눈길이나 한번 제대로 주겠는가? 광고가 끊기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요, 프로그램이 더욱 열악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리라는 것도 너무 뻔한 일이다.

 

문제는 그것이 지역방송의 ‘죽음’만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지역방송이 죽으면 지역문화도 죽게 마련이다. 정치도 경제도 모두 더욱 초라한 변방으로 밀리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쭉정이 취급을 받는 지역에서의 삶 전체가 더욱 황폐해질 수밖에 없다. 지역방송인들의 자구노력에 더 많은 관심과 격려를 촉구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