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아일보사가 연세대 국제학연구소·미(美)아시아재단과 함께 제16대 총선자금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兆)단위 이상의 돈이 뿌려진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어쩌다 한국의 선거문화가 이지경에 이르게 됐는지, 이러고도 우리가 50년 민주정치를 한 나라라고 말할수 있는 것인지 자괴감이 든다.
그동안 세간에 국회의원 선거 한번 치르는데 최소한 10억원은 든다느니, 30당(當)20락(落)이라느니 하는 말들이 떠돌기는 하였으나 이같은 풍문들이 설(說)이 아닌 실제상황이었다니 실로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후보자들 스스로가 밝힌 선거비용만도 평균 5억원을 넘어 전국 평균 법정선거비용인 1억1천6백만원을 무려 4.5배나 초과했다.
더구나 이 금액은 선거기간 동안에 투입된 실질적 선거비용이라는 점에서 선거준비기간부터 들어간 여러 간접비용과 부대비용을 포함하면 실제로 그보다 2∼4배가 많은 10∼20억원에 이를것이라는게 정당관계자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것이 모두 사실이라면 우리 국회의 꼴을 무엇이 되는가. 법을 만드는 그들부터가 위법자라면 누가 법을 지키려 할것이며 위법자가 법을 만든다는 아이러니는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난감하기 짝이없다.
그러나 이 모든 책임을 후보자들에게만 뒤집어 씌울수는 없다. 어느 정신나간 후보가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쓰고 패가망신하고 싶겠는가.
문제는 선거때만 되면 이 구실 저 핑계를 대며 후보들로부터 돈을 뜯어내려는 선거브로커들이 더 큰 문제다.
초조하고 불안한 후보들의 심리를 이용해 돈 빼내는데 이골이 난 이들은 후보자의 당선보다는 돈에 더 관심이 많은 파렴치한 들이다.
이번 조사에서 1억원을 쓴 후보가 10억원을 쓴후보를 이기고, 30억원을 쓰고도 돈이 모자라 낙선했다고 생각하는 후보가 있었다는 것은 정치지망생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한솥밥 먹는 부부도 각자 마음먹은 후보에게 투표하는 세상인데 그까짓 돈몇푼에 양심을 팔 유권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4대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치사한 선거브로커들부터 소탕해야 정치가 깨끗해지고 나라기강이 바로 설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