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나 공원, 운동장같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설치된 공중화장실은 그 나라나 그 도시의 문화수준을 가늠케 하는 척도가 된다. 선진국일수록 화장실의 청결유지, 공간활용, 시설관리가 깔끔한 반면 후진국일수록 지저분하고 불결하기 짝이 없는것이 화장실 문화다.
파리나 런던 로마같은 유서깊은 도시들은 공중화장실을 겉모습부터 고풍(古風)에 맞게 우아하고 세련되게 치장하여 그 자체로 관광상품화할 정도다.
화장실을 휴게실(Rest Room) 개념으로 사용하는 미국의 경우도 도시는 물론 아무리 한적한 시골이라도 공중화장실만큼은 완벽하게 관리한다. 깨끗한것은 두 말할것도 없고 공중전화나 자동판매기, 관광안내 팜프렛까지 빠짐없이 비치하여 여행객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게해 준다.
같은 아시아 쪽이라도 일본이나 싱가포르같은 나라의 화장실 문화도 결코 구미선진국에 뒤지지 않을 정도다. 특히 싱가포르의 경우는 익히 알려진 대로다.
우리나라도 88올림픽을 치른 이후 공중화장실이 크게 개선되거나 개선돼 나가는 중이다. 특히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은 외국 어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청결유지와 환경미화가 잘되고 있다. 대리석으로 내부를 치장한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의 공중화장실은 호텔이나 공항화장실 못지않은 수준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가장 불편해 하는것중 하나가 공중화장실 이용이라는 불명예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공원이나 터미널등의 공중화장실은 여전히 불결하거나 지저분한곳이 많다. 내년 월드컵대회를 앞둔 전주시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민운동단체들까지 나서서 환경개선운동을 벌여 어느정도 질서가 잡혀가나 싶었지만 엊그제 보도를 보면 아직 한심하다는 생각이든다. 어린이공원 터미널등의 공중화장실이 엉뚱한 수난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장실내 전구·유리·화장지 벽걸이등이 파손되거나 도난당하고 심지어 난방용 전열기까지 떼어갈 지경이라니 기가막힌다. 시민의식이 이래가지고서야 어떻게 문화시민이라 자처할 것인가. 공중화장실은 청결유지 못지않게 환경을 가꾸는것도 중요하다.
월드컵때 외국인들에게 망신당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