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풀어도 풀어도 개운치 않은 코... "축농증"



축농증은 참으로 괴로운 질환이다.

 

코를 풀고 또 풀어도 답답한 건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한방에서 축농증을 비연(鼻淵·콧속의 연못)이라고 표현한다. 축농증은 코와 코 주위의 공기주머니인 부비동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이 부비동이 급성 혹은 만성염증으로 인해 막히게 되면 공기순환 및 분비물의 배출이 어려워진다.

 

축농증이란 콧속의 동굴같은 부비동 안에 고름같은 분비물이 차있는 것과 때로는 부비동염을 통틀어 말한다.

 

축농증은 각종 대기오염과 건조한 생활환경, 알레르기 질환 등으로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 급성 축농증을 방치하면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만성으로 이어진다. 만성이 되면 누런 고름형태의 화농성 콧물을 동반한다. 한방에서는 축농증을 폐나 쓸개에 바람(風)이나 한기, 습기가 스며들어 열이 생기면서 나는 병으로 본다.

 

만성축농증은 반복되는 감기, 아데노이드, 비대체질, 알레르기, 세균, 비강이나 부비동의 해부학적 구조이상, 운동신경의 장애 등이 원인이다.

 

특히 감기나 알레르기비염으로 부비동의 입구인 자연공이 막혀 점막섬모기능이 떨어지면 발생한다. 산소공급이 적고 점액의 배출이 잘 되지 않아 고이게 되어 세균이 번식하기 때문이다. 치료해도 증상이 석달 넘게 지속되면 만성으로 분류한다.

 


△증상

 

축농증은 알레르기성 비염과 함께 비교적 흔한 콧병이다. 사람에 따라 증상이 심하기도 하고 가볍기도 해 환자가 현재 겪고 있는 증상만 가지고 축농증의 정도를 진단하기란 쉽지 않다.

 

코막힘, 노란 콧물, 콧물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후비루, 만성기침(특히 아침)등이 있다. 코가 막히면 들여마시는 산소량이 적기 때문에 두통이 발생하기도 하며 두뇌발달이나 활동에 지장이 있다.

 

또 의욕이 없고 성을잘 내며, 정신집중이 잘 안되고 기억력이 저하되어 학업성적이 떨어지기도 한다.

 

축농증의 일반적인 증상은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각각 다른 코막힘과 누런 고름기를 동반한 콧물에다가 심한 냄새를 풍기는 것이다.

 

또 대부분 후각장애로 냄새를 잘 맡지 못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밖에 축농증이 심한 환자는 쉽게 피로하고 식욕이 떨어지며 어지럼증을 느낀다. 기억력도 줄어들고 정신집중이 안되며 불면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두통도 축농증 환자들이 비교적 많이 호소하는 합병증이다. 이런 두통 증상은 비단 축농증이 아니더라도 다른 콧병을 앓는 사람에게서도 흔하게 나타나 정확한 감별진단이 필요하다.

 

실제로 두통 환자중 30%가 각종 콧병 환자이며, 귀 질환이나 인후 질환의 비율으로 인해 두통을 겪는 사람은 10%도 안된다는 조사결과도 나와 있다.

 

△한방치료

 

증상이 심할 때는 풍열이나 풍한을 다스리는 방풍통성산, 패독산, 선방패독탕, 형개연교탕 등을 활용한다. 심하지 않을 때는 면역기능을 도와주는 약물과 치료약물을 동시에 쓰는 겸용요법을 쓴다.

 

증상이 거의 없을 때는 면역기능을 도와 주는 육미지황탕, 보중익기탕, 보폐양혈탕 등을 활용하는데 꼭 체질을 참고해야 한다.

 

치료해도 감기에 바로 걸려 재발이 너무 잦고 치료약을 계속 쓰다보니 식욕이 떨어지고 복통, 무기력, 안면창백 등이 발생하여 한방을 찾았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료기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인내와 끈기로 꾸준히 치료해 감기, 찬 바람, 찬 물, 찬 음식에 강한 체질로 바꿔 주어야 한다.

 

축농증은 체질적으로 호흡기가 약한 사람에게 쉽게 생기며, 오장육부의 허실로 균형이 깨질 때 면역력과 저항력의 저하로 발병한다고 보는 한의학자들도 많다. 같은 축농증 환자라도 증상이 저마다 다르듯 처방도 달라진다.

 

물론 한 환자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처방을 달리 해야 치료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그래서 증상의 정도에 따라 같은 처방이라도 치료 약재를 적절히 가감해 쓴다.

 

최근 축농증 치료에 가장 관심을 끄는 처방은 코 자체의 염증을 치료하고 코의 저항력과 면역력을 길러주기 위해 16가지 약재를 가감한 ‘비농산’과 ‘비농고’다. 비농산은 가루약, 비농고는 한방연고제다.

 

먼저 비농산을 약솜에 싸서 1일 1회 4시간 비강내에 넣고,비농고를 1일 3회 정도 면봉에 묻혀 비강내에 발라주면 콧속에 뭉쳐 있던 염증성 농이 배출되기 시작한다.

 

이 분비물이 더 이상 배출되지 않게 되면 코의 저항력을 길러주는 치료가 필요한데 이 때부터는 17가지 한약재를 가감해 만드는 ‘비농환’을 1일 3회씩 복용해야 재발을 막을수 있다.

 

△양방치료

 

축농증의 진단 자체를 단순한 X레이 촬영에만 의존해 정확도가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코 질환에도 내시경이 도입돼 보다 간단하고 정확하게 고통없이 진단과 수술이 가능해졌다.

 

코 내시경은 길이 25㎝, 직경 4㎜ 정도의 짧은 안테나처럼 생긴 기구다. 그 끝은 렌즈의 각도에 따라 0도, 30도,120도 등으로 조절되어 구석구석 진단이 가능해 축농증의 원인 부위를 정확히 판별할 수 있다.

 

코 내시경은 원래 진단을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최근에는 수술칼을 대신하는 치료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기존에는 수술시 윗잇몸을 3㎝가량 칼로 째고, 광대뼈 부위의 얼굴뼈를 노출시켜 수술용 정으로 손톱만큼 뼈를 깨뜨린 후 구멍을 내 고름과 점막을 긁어냈다.

 

때문에 통증과 출혈이 뒤따랐다. 또 수술 후에도 잇몸이나 얼굴의 감각 마비가 지속되며 재발률 또한 높았다. 반면 내시경수술은 간단한 부분마취 후 코 속에 내시경을 넣고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필요한 부위만 제거하므로 근본원인을 손쉽게 제거할 뿐더러 통증과 출혈 등의 부작용이 거의 없다.

 

단지 고여 썩은 물을 제거하는 것이 종래 수술법이라면 물의 흐름을 원활히 하여 아예 물이 고이지 않게 하는 것이 내시경 수술의 목적이다.

 

근래에는 보다 한단계 더 발전한 ‘회전식 축농 흡인술’이 도입되어 훨씬 간편해졌다. 특수 기구를 코 안에 넣어 코 속 물혹을 직접 흡입함으로써 물혹을 깔끔하게 제거할 수 있다. 한쪽 코를 시술하는 데 30~40분 정도로 수술 후 당일 퇴원이 가능하다.

 

그러나 드물게 염증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뇌를 다치거나 눈에 손상을 입어 간혹 시력을 상실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므로 수술전 반드시 컴퓨터 단층 촬영을 통해 염증의 위치와 정도를 꼼꼼히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