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염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아슬아슬 외줄타기를 해오던 도립국악원 사태가 누구도 원하지 않던 최악의 파국에 이르고 말았다. 도립국악원 예술단원 전체와 교수 전원에 대하여 재위촉을 거부하는 최고의 강경책이 축복의 인사로 주고받아야 할 한 해의 마지막 날에 취해진 것이다.
이는 사실상 도립국악원의 해체와 다름없는 조처라 할 수 있다. 울 ㅣ음악을 아끼는 이 지역 많은 이들을 주눅들게 한 것도 이러한 인식 때문이리라. 문화를 아끼고 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새해 벽두부터 엄동설한의 을씨년스러움을 절절이 느끼게 된 것도 이번사태가 함축하는 그 엄청난 의미 때문이리라.
예술인 하나를 키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하는가? 하나의 예술단을 육성하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예산과 시간과 노력의 투자가 필요하던가? 그런데도 이지역을 대표하는 예술단을 하루아침에 전원 해촉할 수 있다니, 우리 음악 증흥과 대중화에 중요한 기여를 해오던 교수들을 한꺼번에 몰아낼 수 있다니, 두렵다 못해 소름이 돋기조차 한다. 그 단호한 비예술성, 그 매정한 반문화성에.
이제 국악의 고장 혹은 예향의 정체성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세계화의 화려한 구호 속에 사라지고 있는 우리 문화 예술의 소중함을 느끼고 익히기 위해 어렵게 국악원을 찾은 많은 수강생들은 또 어쩌란 말인가?
이 지역 원로 문화예술인들이 나선 것을 감히 촉구했던 것도 이런 파국을 미연에 방지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에서였다. 그러나 도의 이처럼‘신속한’대처에는 원로들이라 해서 무슨 뾰쪽한 수가 없었을 것 같다. 그만큼 성급하고 조악한 조처였다는 말이 된다.
허나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일은 아니다. 그 깊은 불신과 감정의 끝에 절망만 하고 있을 수도 없다. 국악원의 의미는 그만큼 소중하고 귀한 것이다. 몇몇 사람들의 기분풀이로 난도질당해도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행정의 원칙이나 조례의 세세한 내용은 이에 비하면 그야말로 소소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이 지역 모든 문화예술인들이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행정의 전횡으로부터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