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새로움에 대한 열망이 잠재되어 있는 것 같다. 똑 같은 세월이지만 언제나 새해에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한해를 새롭게 시작하려고 다짐도 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지난날을 힘들고 어렵게 보낸 사람들은 누구나 어둠의 문을 닫고 그 어둠의 문으로부터 빠져 나와서 밝고 환한 시작의 문을 다시 새롭게 열어가고 싶은 마음이 앞설 것이다.
서양사람들은 새로운 한해를 맞고 새로운 것을 접할 때마다 다시 한번 과거를 되돌아보는 여유를 신화에 나오는 야누스의 상징성에서 찾는다고 한다. 야누스가 서양에서 옛것과 새로운 것의 중요성을 상징한다면 동양에서는 옛 것을 연구하여 새로운 지식이나 도리를 찾아내라는 온고지신(溫故知新)으로 대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돌아가는 꼴을 지켜볼라치면 온고지신의 정신은 사라진지 오래인 것 같다. 요즘은 어디를 가든 신세대 감각이 최고의 가치인 양 입에 거품을 무는 사람들이 늘어만 가고, 오래된 옛것은 낡고 쓸모 없는 구닥다리처럼 취급하면서 그저 새로운 것이 좋은 것인 냥 주장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어쩌면 지금 우리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엄청난 사건이나 각종 병리현상 그리고 역기능들은 과거를 잊고 옛것을 버리는 데에서 비롯된 것들은 아닌지 한 번쯤 반성해 볼일이다. 옛것이 없으면 어찌 새로운 것이 생겨날 수 있겠는가? 부모가 있기에 자식이 있듯이 옛것이 있기에 새로운 것이 있는 것이다.
부모의 유전자가 핏줄을 통해 자식에게 이어지듯이 우리 사회의 모든 가치관과 물질문명도 똑같이 역사의 맥(脈)을 통해서 다음 세대에 전승되어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다. 새로운 눈으로 새로운 세상을 본다는 것은 무작정 옛것을 버리고 얻는 새로움은 아닐 것이다. 옛것을 소중히 여기며 바라보는 눈을 가질 때만이 새로운 눈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한때 "바꿔! 바꿔! 모든 걸 다 바꿔!"라는 노래가 유행했던 것 같다. 그저 노래를 따라 부르듯 남들이 하는 대로 생각 없이 바꾸는 것보다는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가 정말 중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