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훌리건



월드컵이 1백3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회의 성공개최를 위한 각종 시설의 마무리와 선진 시민의식의 고양과 함께 안전문제가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사안이 국제축구대회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훌리건(Hooligan)이라는 과격 난동꾼들의 움직임이다.

 

훌리건의 어원은 여러 설이 있다. 훌리건이라는 성을 가진 아일랜드 가족에서 유래됐다거나, 훌리스 갱의 오음(誤音)이라는 얘기도 있다. 또 1890년대 악명높았던 런던 불량배 훌리건에서 따왔다는 주장도 있다. 설이야 어떻든 훌리건은 현대 축구의 가장 골치아픈 문제가 되었다.

 

현대적 의미의 훌리건이 등장했던 1970년대 영국에서만 해도 흥분한 축구팬들이 난투극을 벌이는 정도였으나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면서 수십명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위험단계에 까지 이르렀다. 1985년 브취셀에서 열린 유벤투스 튜린-리버풀간의 유럽클럽선수권 결승전서 양목 응원단간의 충돌로 39명이 숨진 최악의 참사가 대표적 사건이다.

 

지구촌 축구팬들이 열광하는 월드컵은 훌리건들의 좋은 활약무대이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때도 주최국 프랑스는 독일·영국등 주변 5개국과 공동 대처및 인터폴과의 진밀한 협조아래 원천봉쇄하는 시책을 폈다.

 

그러나 막상 대회가 열리자 대책을 비웃기나 하듯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했다. 영국과 튀니지가 맞붙은 항구도시 마르세유에서 과격 팬들의 유혈충돌로 5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랑스에서 열린 독일-유고전에서는 경찰관 1명이 훌리건에게 쇠파이프로 얻어맞아 사망 직전까지 가기도 했었다.

 

각종 폭력사태로 대회기간중 1백65명이 구속됐고, 이중 86명은 1∼2년씩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회가 끝난후 조직위가 발간한 보고서도 대회의 가장 큰 오점으로 안전문제를 지적했다.

 

2002년 월드컵대회를 1백30여일 앞두고 엊그제부터 전주 월드컵경기장에 경찰기동대 1개 중대가 고정배치될때 1개 중대가 고정배치돼 24시간 안전경비체제에 돌입했다고 한다.

 

유럽 참가국의 경기가 열리는 전주 역시 훌리건의 안전지대일 수는 없다. 대회운영뿐 아니라 안전에서도 성공한 대회가 될 수 있도록 관계자들의 분발을 거듭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