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값을 치른 그 자리에서, 샀던 물건을 물려 달라고 사정을 해도 안 되던 때가 있었다. 모르는 사람도 아니었다. 바로 우리 동네 가게 아저씨마저 그랬다. 그 때는 모든 것이 정말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도 반품을 하면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세상이 되었다. 물론 옛날처럼 내 발로 찾아가서 물건을 사지 않아도 된다. 안방에서 전화나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면 택배로 물건을 받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세상을 사는 기업들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하는 모양이다. 소비자 기호가 바뀌거나 신기술이 등장할 때에 맞춰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하려는 “브랜드 리뉴얼(Brand Renewal)”이 그 중 하나다. 브랜드 리뉴얼은 상품 패키지나 로고 디자인 변화부터 브랜드 명칭과 로고자체의 변경까지 다양하다.
그 중 브랜드 명칭, 즉 이름을 바꾼 회사들의 경제적 득실을 보면 재미있다. 2000년도 주식시장에서 회사 이름을 국·영 혼합한 형태보다 국문으로 바꾼 경우에 브랜드 리뉴얼의 효과를 보았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외래어, 심지어는 외국어로 회사이름을 짓거나 바꾸려는 흐름과 상반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국문으로 된 회사 이름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한 해의 경향을 두고서 속단할 수는 없다고 본다.
외래어나 외국어로 된 이름을 선호해 온 것은 회사들만이 아니다. 그리고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이런 시류는 문화에 대한 대중들의 심리적 등급이 반영된 한 단편일 뿐이다.
개화기 이전에는 중국문화가, 일제시대에는 일본문화가, 그리고 해방 이후에는 미국문화가 우리의 의식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들 문화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동안 높은 곳에 자리한 미국문화 등을 보느라 우리 것을 소홀히 한 점은 인정하자.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야”라는 역설적인 표현을 들지 않더라도 이제는 정말 우리 것을 사랑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