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살박이 남자 아이가 어머니의 손에 끌려 병원엘 왔다. 어렴풋이 보이는 코밑의 솜털이 새까맣게 변해 있어 문제가 있기는 있어 보였다.
이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 학생으로 자기 반에서 키가 상당히 큰 편에 속하는데 약 1년 전부터 키가 훌쩍 자랐다는 것이었다. 어머니의 이야기는 이 아이의 고추가 아버지 것 만큼 자라서 같은 반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되고 있으며, 목욕탕에 가는 것을 싫어해서 최근에는 아버지와 같이 가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끝까지 벗지 않으려는 옷을 벗기고 보니 과연 고추여야 할 성기가 고추 수준을 넘어 성숙한 어른의 거시기로 되어 있었다. 다름 아닌 “성 조숙증” 이라는 병 이었았다.
아이의 혈액 속에서 남성호르몬을 측정하였고, 남성호르몬의 생산을 촉진하는 뇌속의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을 측정하였다. 양손의 뼈에 대한 방사선사진을 찍어 뼈에 나타난 이 아이의 현재 나이를 측정하였다.
예측했던 대로 이 아이의 혈액 속에는 성인에서 와 같은 많은 양의 남성호르몬이 흐르고 있었고, 이 결과는 어딘가에서 남성호르몬의 생산을 촉진하는 병변이 있음을 암시하여 주고 있었다. 방사선 사진에 나타난 손뼈는 실지 9살임에도 불구하고 15세 청년의 나이를 먹은 것 처럼 성장해 있었다.
자기공명영상을 이용하여 뇌를 촬영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뇌하수체는 정상인 것 보다 상당히 커져 있었으며, 여기에서 그의 고환과 성기 등 남성을 상징하는 부분이 자라도록 하는 남성호르몬의 생산을 촉진시켰던 것이었다.
“성조숙증”은 물론 생식기관의 빠른 성숙도 문제지만, 키의 발달과 관계된 성장판이 일찍 자라기 때문에 같은 또래보다 키가 매우 크다. 그러나 빨리 자란 키는 성장판의 완전 성숙으로 더 이상 자라지 않게 되어 성년이 되면 결국 난장이와 같은 키를 갖게 되는 질환이다.
이러한 어린이에 대하여 부모가 무관심 했다면 결국 참담한 미래를 맞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같은 또래의 아이보다 일찍 생리가 온다 던지, 생식기관과 키가 크다면, 한번쯤은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성조숙증은 뇌하수체의 호르몬의 생산을 억제 시키는 호르몬을 투여하는 치료를 오랜 기간동안 받아 성호르몬의 생산을 중지시키면 된다. 물론 2차 성징이 나타날 때에 치료를 중지하여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해야하는 끈기가 필요하다.
인체에서 호르몬의 역량은 대단히 우세하다. 남성호르몬의 생산이 안되어서 마음씨 고운 여성처럼 변한 남성이 남성호르몬을 투여 받자 마자 시멘트 벽이라도 부술 것 같은 힘이 생겼다는 총각을 보거나, 남성호르몬의 생산은 차단하고 여성 호르몬제를 투여하여 남성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여성의 아름다움으로 세간의 인기를 누리는 “하 XX”같은 사람을 볼 때 호르몬의 힘이 대단한 것임을 느낀다.
그러나 우리는 사람다움이 필요하다. 여자는 여성다울 때 아름답고, 남자는 남성 다울 때 멋있으며, 어린이는 어린이 다울 때 귀여운 법이다. 세상의 이치를 거스를 때 당장은 뛰어나고, 아름답고, 앞서가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 자연스러운 것을 앞지를 수는 없다. 마음을 비우자.
/ 박종관 (전북대병원 비뇨기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