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명이나 되는 생때같은 젊은 여성의 생목숨을 앗아간 군산 개복동의 한 유흥업소 화재 참사사건은 필설(筆舌)로 형언하기 어려운 애잔한 마음이 솟아오르게 한다. 연유야 어찌됐건 빚에 팔려와 감금당한채 짐승보다도 못한‘노예매춘’을 하다가 꽃다운 나이에 비명횡사를 했으니 아무리 기구한 운명이라 해도 이럴수가 있을까 어이가 없다.
전주의 유흥가 선미촌에서는 고인(故人)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의미에서 장례식을 치를때까지 영업을 중단하고 각 업소 입구마다 근조(謹弔)깃발을 내걸기로 했다고 한다. 참으로 가슴아픈 정경(情景)이거니와 그들의 동병상련(同病相憐)하는 기막힌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수 있을것 같다.
사고가 나자 이번에도 어김없이 언론·여성·시민·사회단체들이 크게 분노하여“반복되는 대형참사와 노예매춘에 통탄을 금치 못한다”며“관련자들을 엄중 처벌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고 강력 촉구하고 나섰다. 어차피 이번 사건도 그렇고 그런 수준에서 매듭이 되고 또 얼마간 세월이 흐르면 희미한 기억속으로 사라질것을….
천호동 텍사스촌의 보안관이라는 김화자경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윤락녀10명중 8명은 돌아갈 가정이 없는 고아나 마찬가지 신세다. 가족에게 상습구타당하고, 근친강간 당하고, 부양해야할 가족은 많고 돈벌이할 능력은 없고…. 대부분 인신매매 당한 끝에 엄청난 빚을 지고 감금당한 상태지만 자신도 처벌당할까봐 신고조차 못한다”또‘공창제 인정’을 주장하다 여성단체들로부터 호된공격을 받은 여자 포청천 김강자총경도“요즘 매매춘은 사이버상에서도 공공연히 이뤄질 정도로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이제 윤락가를 찾아가는 것은 고전적 윤락행위에 속한다”며 현실에 맞는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문제의 근원을 찾아 해결해야지 흥분만 한다고 될 일인가. 윤락행위를 유인·알선한자는 물론이고 상대자와 당사자까지도 함께 처벌한다는 융통성 없는‘윤락행위방지법’을 뜯어고치지 않는한 노예매춘은 사라지지 않는다. 미풍양속이 우선인가, 인권이 우선인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매매춘은 더 이상 불법이 아니라며 합법판정을 내린 독일에서 얻을수 있는 지혜는 없는지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