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모방 범죄

 



영국 작가 존 파울즈가 1963년에 발표한 소설‘콜렉터(collector)’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국내에 소개된바 있다. 내성적이고 편집광적인 한 외톨이 곤충채집가가 짝사랑 하던 애인을 살해하여 암장하는 내용이 기둥 줄거리다.

 

범행 과정을 인간심리의 내면을 통해 자세히 묘사한 이 영화는 스릴러물의 대명사로 불리울만큼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외부와 차단된채 도시 근교의 한 저택 지하실에 감금된 여자의 공포감, 범죄자의 이중 성격적인 포악성,‘나비표본’으로 상징되는 억압과 그로태스크한 분위기등은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고도 남음이 있다.

 

결국 여자는 곤충채집과 똑같은 방법으로 마취제 클로르포름으로 살해되고 범인은 그녀를 암장한후 또다른 채집 대상자를 찾아 나서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범죄 심리학을 다룬 이런 영화는 대부분 모방범죄에 이용되기 쉬운데 실제로 엊그제 서울에서 그런 사건이 발생했다. 한 20대 회사원이 지하철에서 만난 술 취한 20대 여성을 마취제로 실신시킨후, 성추행을 한 것이다.

 

그런데 범인은 클로르포름의 성분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여자가 결국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한채 목숨을 잃는 바람에 실인혐의를 받게 됐다는 것이다.

 

경찰 조사결과 여자친구가 없는것을 비관해온 범인은 평소에도 스릴러소설을 즐겨 읽으며 범죄소설의 내용을 실행에 옮길기회를 엿보고 있었다한다. 특히‘콜랙터’소설의 경우 열번도 더 읽어 범행 방법을 자세히 숙지하고 있었고 살인사건에 대한 신문기사를 스크랩하기까지 했다니 일동의 계획 살인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것 같다.

 

문제는 이런 모방범죄를 가능하게 한 사회환경이나 젊은이들의 새로운 풍속도다. 젊은 여성이 밤을 새워 가며 술을 마셔 아침까지 지하철에서 의식을 잃을 정도였다면 범죄 동기를 유발한 책임은 그쪽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그런 범죄가 비단 서울에서 뿐이겠느냐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찰이 정신감정을 병원에 의뢰한 이런 수준의 예삐 범죄자는 지금 우리 주변 어디에든 있다. 범죄유행도 다양해서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