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육정책 시장화' 발상 유감

 

 

 

“평준화 해제, 자립형 사립고 확대 실시, 고교등급제 인정, 대학 기부금입학제 허용, 사립고와 민간학원의 통합 등”

 

 

열거한 내용은 얼마전 진념 경제부총리, 교육인적자원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교육 정책안 들이다. 이는 학교 교육 전반을 뒤흔드는 내용이어서 교육관계자들은 물론 학부모들에게 혼란과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물론 교육인적자원부는 진념 경제부총리, KDI가 발표한 평준화 해제, 고교 등급제, 대학기부금 입학제 등 정책은 치열한 대입 경쟁 하에서 계층간 위화감 조성과 교육기회 균등을 저해할 우려가 있기에 시기상조라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였다.

 

 

그러나 KDI 발표가 있은지 단 하루 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해 30개의 시범학교를 추진하려다 국민적저항에 밀려 무산된‘자립형 사립고 확대 실시’방침을 밝혀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KDI, 교육인적자원부, 재정경제부 등이 발표한 일련의 교육 정책들은 한결같이 교육을‘시장원리’에 재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교육을 시장의 원리인 자율과 경쟁체제에 맡겨서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에게 교육비를 전가시켜 교육예산을 절감하고 보통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회피해보겠다는 발상이어서 이는 심각한 공교육 위기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교육의 시장 원리’정책을 공교육 부실과 교육불평등으로 이어질 뿐만이 아니라 우리 나라가 급속히 세계자본에 의한 단일시장체제에 편입되어가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기에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세계자본의 집합체인 OECD(경제 협력개발기구)에서는 지난 1996년부터‘한국교육정책검토 결론 및 권고안’을 통해 교육의 시장원리를 골간으로 한 교육정책안을 권고해오고 있고, 이 정책안은 김영삼, 김대중 정권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교육개혁안으로 관철되어 최근 제시되고 있는 교육정책들로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자본이‘교육의 시장화’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두말할 것도 없이 현재 공교육 구조를 무너뜨리고 교육시장을 개방화하여 교육자본의 이윤을 창출하고자 하는 구상이다.

 

 

물론 이 권고문에는 부분적으로, 그동안 비민주적인 한국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교육자치(학교운영위원회) 강화, 여성인적자원 개발, 평생학습교육 등 긍정적인 정책도 포함하고 있으며, 이러한 긍정적인 정책은 진정한 교육복지와 인가다운 삶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내용과 대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나가야 할 것이다.

 

 

세계화, 정보화 사회에 대응하는 교육정책은 세계 시장경제에 편입되어가는 방향이 아닌 민족의 자주성과 국가의 자율성을 키워나가는 방향이어야 한다.

 

 

자율과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제시되는 최근 일련의 교육정책들은 산적한 교육,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교육의 해체에 따른 사회불평등 심화, 민족과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자율이 아닌 자본만의 자율로 고착화될 공산이 크다. 공교육 부실화는 가뜩이나 농촌 지역 침체와 경제 기반이 취약한 전북지역의 교육기반을 무너뜨려 도세 약화로 귀결될 것이다.

 

 

이미 우리 지역은 전도민적인 관심과 토론 속에 고교입시부활에 따른 비교육적인 문제, 평준화가 오히려 성적 향상에 기여한다는 실태 분석을 토대로 익산, 군산지역을 평준화로 환원시킨 경험과 지난해는 교육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자립형 사립고 실시를 철회시킨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제 전북 교육당국은 또다시 내리 매김식, 여론 몰이식 정책에 너울너울 춤을 추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또한 학부모, 도민들도 세계화, 정보화 시대의 교육구조를 인식하고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교사, 교육관련단체들은 올바른 교육 정책을 제시하고 실천을 통해서 교육 시장화 정책에, 학부모, 도민들과 함께 대응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 이미영 (전교조전북지부 여성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