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理念논쟁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과열되면서 이인제(李仁濟)후보와 노무현(盧武鉉)후보 간에 이념공방이 치열하더니 급기야 이회창(李會昌)한나당 전 총재가 현 정부를 ‘좌파적 정권’이라고 몰아부치면서 정국이 느닷없는 좌우 이념논쟁에 휩싸이고 있다.

 

우리는 지난달 대통령 선거를 치를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색깔논쟁을 신물나게 지켜봐왔기 때문에 대통령선거 때가 되면 으례 그러려니 하면서도 한편으로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국민을 어떻게 보고…’하는 생각에 쓴웃음을 지울수가 없다.

 

물론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대통령후보의 이념과 자질을 검증하는 일은 흔히 쓰는 말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가 않다. 후보자의 성향에 따라 극우에서 극좌까지 이데올로기적 스펙트럼이 다양할뿐 아니라 추구하는 정치적 노선도 급진적 개혁에서 부터 수구적 보수까지 각기 다를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후보에 대한 검증은 철저하게 이뤄질수록 좋다.

 

다만 그 검증은 구체적인 국가정책에 대한 토론을 전제로 진행돼야지 상대방의 말꼬리를 잡아 확대 해석 하거나 상대의 정당한 이념이나 견해에 대해 올가미를 씌워 자신의 생각대로 색깔을 덧칠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정치인들이 아무리 색깔논쟁을 벌여 선거에 이용하려 해도 그 진부하고 부질없는 말싸움에 속아넘어 갈 국민은 그렇게 많지가 않을성 싶다. 오히려 국민을 식상하게 하고 피곤하게 만들 따름이다.

 

지구촌에 이미 생전 이데올로기가 사라진지 오래이고 국민의 정부 들어 꾸준히 추진해온 햇볕정책으로 남북간의 담이 허물어지고 있는데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좌우논쟁으로 표를 얻을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서독(西獨)이 통일을 위해 동독(東獨)을 껴안았다 해서 어찌 서독을 좌파적 정권이라 할수 있으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통일을 모색하기 위해 북한땅에 들어갔다고 어찌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할 수 있겠는가?

 

세상은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데 왜 유독 우리 정치인들은 과거에 매달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못하는지 모르겠다. 이제라도 진부하기 짝이없는 매카시즘적 논쟁을 중단하고 정책을 놓고 검증하는 생산적인 이념논쟁의 장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