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 내 아이는 내 맘대로..



“어른들은 어린이를 ‘미래’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이기도 합니다.”

미국 뉴욕에서 지난 8일 개막된 유엔아동특별총회에서 세계 각국 어린이 400여명이 180개국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어린이들이 살기 적합한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하며 목소리 높인 한 대목이다.

평소 어린이를 대하는 어른들의 생각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하고 상당수 아동전문가에게 ‘의표’를 찌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어린이는 미래인 만큼 ‘비용’이 아니라 ‘투자’대상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이제 그들의 존재를 인정해야 할 때라는 현실을 모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소파 방정환선생 등에 의해 어린이 권리문제가 제기돼 1923년 처음 ‘어린이 날’을 제정했을 정도로 어린이 문제는 앞서는 듯 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에게 어린이 복지는 어떤가. 아직까지도 후진국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00년7월 아동복지법의 개정으로 아동학대를 감시할 제도적 장치는 갖춰졌으나 ‘내 아이는 내 맘대로 할 수 있다 ’는 일부 부모의 그릇된 인식과 사회적 무관심 때문에 아동인권에 대한 기본 개념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사회복지법인 전북아동학대예방센터는 지난 1월부터 4월말까지 어린이 학대에 대한 상담 및 신고전화에 접수된 전체 신고건수는 모두 5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2건에 비해 26.2% 늘어났다고 밝혔다.

상담과 신고가 늘어난 것은 이런 신고제도도 큰 몫을 했지만 기본적으로 아동학대가 늘어나고 잇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법인 김경모 팀장은 “신체적 아동학대에서 정서적 학대로 유형이 변화하는 가운데 IMF사태 이후 학교에 보내지 않거나 장기간 식사를 제공하지 않고 방치하는 등의 방임형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국어린이보호재단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접수받은 어린이에 대한 방임형 학대행위는 58건으로 지난해 신고된 20건에 비해 무려 290%나 늘어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이런 야비한 어린이 학대는 부모 친인척 이웃 교사 등 가까운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진다. “세상에…”하며 의아해 할 수 있지만 그러나 현실이다. 학대행위가 저질러지는 장소별로는 가정이 가장 많았다. 유감스럽게도 바로 다음 순위는 학교였다(보건복지부 통계).

물론 아이들이 주로 머무르는 곳이 가정이거나 학교이기 때문이겠지만 그렇더라도 충격이다. 가정과 학교야말로 어린이들이 이 세상 어느 곳 보다 평화롭게 안길 수 있는 품이 아닌가.

5월은 계절의 여왕으로도 불린다. 5월은 또 스승의 달인 동시에 어버이의 달이고, 성년의 달이면서도 어린이의 달이다. 희망을 상징하는 어린이가 있고 지혜를 나누는 스승이 있으며 사랑을 아낌없이 주는 부모님이 있어 5월은 희망의 달이요 사랑의 달이며 가정의 달로 불린다.

그래서 이달은 ‘효도’와 함께‘어린이 사랑’에 온나라가 들썩거린다.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그러나 호들갑만으로는 별 의미가 없다. 정작 마음을 써야 할 일은 이들이 주인되어 살아갈 내일의 세상에 대한 진지하고 적극적인 배려와 준비다.

싹부터 보살피면 나무는 잘 자라고, 싹을 짓밟으면 나무는 죽어버린다. 어린이에 대해 언제까지 무책임하고 방관적인 태도로 일관할 것인가. 이제부터라도 달라져야 한다. 어린이에 대한 투자야말로 부모와 국가 그리고 기업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다.

/ 최동성 (본보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