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은 있되 스승은 없다’는 말은 우리 교육현실을 두고 흔히 쓰는 말이다. 존경과 두려움의 대상이 돼야 할 교사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의 산물이다. 그 배경에는 교육계의 뿌리 깊은 관행인 촌지(寸志)와 체벌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본시 촌지란 고도성장을 꿈꾸던 시대에 접대비나 통행료 명목으로 생겨난‘작은 정성’을 뜻한다. 그것이 일부 몰지각한 소수의 학부모와 교사간에 오고 가면서 성직자처럼 살아온 다수의 교육자까지 송두리째 매도하는 구실을 만들어 준 것이다.
체벌문제도 그렇다. 독일 속담에‘말을 듣지 않는 자는 느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타이르는 말을 이성으로 느끼지 못하면 몸으로 느끼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다분히 권위주의적인 발상같이 보이지만 그실 말로 안되면 때려서라도 가르쳐야 한다는 우리 전래의 훈육관과도 일치한다.
사람들은 교사들에게 배고픈 소크라테스나 남루한 페스탈로치가 되기를 기대한다. 사회가 아무리 혼탁해도‘교육자 너만은’타오르는 촛불처럼 세상을 밝게 비추는 한 줄기 광명의 빛이 되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사도 평범한 인간이다. 사회가 항상 그들에게 성직자 이상의 도덕성과 윤리를 강요할수는 없다는 말이다.
오늘은 선생님을 존경하고 그 노고에 감사하기 위해 제정된‘스승의 날’이다. 선생과 스승을 동의어(同意語)로 받들고 그 의미를 깊이 세기기에는 우리 교육현실은 너무도 삭막하다. 촌지때문에 스승의 날 아예 학교 문을 닫는 사례가 아직도 반복되고 있고 매를 들었다가 학부모에게 교단에서 멱살잡이를 당하는 교사들에게 이 날의 의미가 얼마나 가슴 뿌듯하게 다가 올까.
선생님은 가슴에 꽃 한송이를 달아 드린다고 해서 할 일을 다하고는 날이 아니다. 교사와 제자, 그리고 교사와 학부모와의 바른 관계는 어떻게 정립돼야 하는가, 그리고 사회구성원으로서 교사 스스로의 처신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기회를 갖는것이 중요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교사는 단순한 기능인이 아니다. 우리 후손들에게 밝은 미래를 담보 해주는 교육의 파수꾼으로서 그들이 존경받는 사회가 바로 건강한 사회의 첩경이 된다는 사실을 바로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