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暴炎도시



대구(大邱)시는 내륙분지라는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위세를 떨친 도시이다. 1942년 8월1일 낮 최고기온이 국내 기상관측 이래 최고치인 40도를 기록할 정도로 무더위 도시의 대명사로 불려왔다.

 

대구시는‘폭염도시’라는 불명예를 씻기 위해 도심녹지화와 공원조성등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했다. 96년부터 대대적인 나무심기에 착수, 당초 2000년까지 4백만 그루를 목표로 했으나 1년 앞당겨 달성되자 목표를 2006년까지 1천만 그루로 늘리고 매년 1백만 그루씩 지속적으로 심고 있다.

 

이같은 대구시의 노력이 성과를 거둬 96년 이후로는 전국 최고기온 기록을 5년간 합천, 춘천, 제주, 영주에 내주었다. 90년대 들어서도 95년까지 5차례나 전국 최고기온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여름철 낮 최고기온 평균도 94년 33.1도에서 98년 27.8도로 5.3도나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다 자란 나무는 하루에 4백ℓ에 달하는 수분을 발산하는 효과가 있으며 이는 시간당 2천5백㎉급 에어컨을 20시간 가동하는 기온저하 효과를 낸다’는 외국의 연구결과가 이같은 성과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도심녹화등을 통해 기후조건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킨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적응하는 방법을 실증해 보인 셈이다.

 

대구시가 야심한 계획으로 전국 최고의‘혹서(酷暑)도시’대열에서 벗어난 사이 전주시가 전국에서 가장 무더운 도시중 하나라는 조사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우석대 박재철교수가 한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전주의 여름철 낮 평균기온이 99년 30.5도, 2000년 31.6도, 2001년 31.8도로 대구시의 29.1도, 30.4도, 31.4도 보다 높게 나타나 전국 최고수준이라는 것.

 

이같은 현상의 원인은 빠른 도시화로 녹지공간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전주시가 99년부터 60만그루 나무심기운동을 역점시책으로 펼쳤지만 크게 달라진 느낌이 오지 않는 것도 한 요인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푸른 도시는 가꾸지 않고는 기대할 수 없다. 전주시 관계자들의 각성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