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히딩크 신드롬

 

 

 

 

온 나라에 ‘히딩크 열풍’이 불고 있다. 단순 비교할 성질은 아니지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한국 국민으로서는 처음으로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여 한(韓)민족의 역사를 새로 썼을때도 이처럼 열광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닌게 아니라 1954년 스위스 월드컵대회 이후 본선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하다 2002 한·일 월드컵 첫 경기에서 폴란드를 2-0으로 꺽고 48년만에 통쾌한 승리를 거뒀으니, 한반도가 들썩들썩 할만도 하다. 그것도 자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 할것 처럼 보였던 한국 축구가 히딩크의 지휘봉 아래 다시 태어났으니, 그를 영웅이라 부르는 것이 뭐가 이상하겠는가.

 

정작, 히딩크 본인이야 “나는 영웅이 아니다. 다만 내가 해야 할 일은 성실히 할 뿐”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히딩크 신드롬’은 열풍처럼 번지고 있다. 월드컵대표팀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는 “전 국민이 1천원씩 모아 히딩크를 영원히 잡아두자” “히씨 성의 시조(始祖)가 돼 주세요”라는 내용의 글들이 하루에도 수백건씩 꼬리를 물고 있고 히딩크 제스쳐에 히딩크 인형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재계에서도 “히딩크는 선수 선발에서 부터 베스트 일레븐 확정때까지 모든 과정을 투명하고 공평한 잣대를 적용했다. 그는 스타플레이어 조차도 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탈락시켰다”며 히딩크 벤치마킹에 열을 올리고 있다.

 

뿐만 아니다. 눈치 빠른 정치권에도 어김없이 히딩크 바람이 불고 있다. 유세장마다 히딩크의 지도력이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엷은 하늘색 셔츠에 파란색 넥타이를 맨 히딩크 패션이 후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다 좋다. 16강에 오르는 것이 우리의 소원인데, 히딩크가 뜨면 뜰수록 우리는 좋다. 그러나 우리나라 격언(格言)에 칭찬도 지나치면 욕(辱)이 된다는 말이 있다. 더구나 쉬 뜨거워지고 쉬 식는 국민성에, 1등과 꼴등만 있고 중간은 없는 극단적인 국민의식에, 기분나는대로 띄웠다가 기대에 어긋나면 여지없이 매도해 버리는 한국 언론의 고질병이 벌써부터 걱정된다.

 

설혹 16강에 가지 못하더라도 호들갑을 떨면서 실망하거나 히딩크를 천당에서 지옥으로 끌어내리는 유치한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선을 다했으면 그것으로 할일은 다 한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