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단옷날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 날을 일년 중 양기(陽氣)가 가장 왕성한 날로 여겼다. 아낙들은 창포를 삶은 물에 머리를 감았고 남자 아이들은 오시(午時)에 목욕을 하면 탈 없이 지낼 수 있다는‘단오 물맞이’를 하였다.
그리고 수리취떡(車輪餠)과 쑥떡 등 음식을 나누었고 그네뛰기, 씨름 등을 즐겼다. 단옷날에 애용한 창포가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손발이 저린 증세를 가라 앉히는 등 약효가 분명한 것으로 보아 단옷날은 축사(逐邪) 정도의 미신적 의미가 아닌 조상들의 경험적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절기인 것이다. 더구나 단옷날은 더운 여름을 맞기 전의 초여름이고 모내기를 끝낼 즈음이어서, 건강과 풍년을 기원하는 실질적인 행사이기도 하였다.
3,40년 전의 덕진 연못은 많은 사람들의 와서 단오제 행사를 즐겼던 곳으로 기억된다. 길가에 늘어선 좌판들, 어깨를 부딪치며 지나치던 많은 사람들, 연못물에 몸을 담근 사람들, 일찌감치 목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사람들, 막걸리를 파는 주막등에 대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단오제가 설날, 추석과 함께 3대 명절로 꼽혔던 것으로 보면 그 행사의 중요성이나 규모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이런 단오제의 명맥이 끊긴 모양이다. 단옷날인 오늘, 주변을 둘러보니 지역행사도 자리한 지 44년이나 된 풍남제가 눈에 띈다. 풍남제가 단오제의 전통을 반영하려고 한 행사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풍남제는 1967년 풍남문 중건 200주년을 기념하던 해에 전주에서 이루어진 행사를 통합한 향토민속축제라고 한다. 이런 설명대로 하자면 단오제의 전통은 이어져야 할 법도 한데 이번 풍남제는 프로그램에서 단오의 본모습을 찾아 보기는 힘들다.
단오제를 염두에 둔 행사였다고 굳이 이야기한다면 풍성했던 그 겉모습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것도 주최측에서 의도한 바와는 다른 안타까운 모습들로 말이다.
풍남제라는 축제가 전주의 역사를 재발경하고 전주만의 흥겨움과 풋풋한 인정을 맛볼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면 우리 조상들이 소중히 여겨왔던 단오의 전통고 한 꼭지 자리차지를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