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여러 천체를 관측 연구하는 천문학은 인류의 출발과 더불어 비롯됐다고 할 정도로 가장 오래된 자연과학이다. 고대문명 발상기에는 태양과 달의 움직임에 따른 달력을 만들어 농경이나 수렵에 필요한 계절을 제시해주었고, 또 별의 움직임에서 신의 뜻을 살핀다고 하는 통치의 필요성에 의해 천체를 관측하였다.
바빌로니아·헤브라이등 중앙아시아에서 일어난 천문학과 이집트의 천문학은 그후 그리스로 전해져 발전하였다.
동양에서도 역시 고대부터 천체관측이 행해졌다. 그리스와 비슷한 시대인 한(漢)나라 때에는 천체관측 기기인 혼천의(渾天儀)를 만들어 천체현상을 예보하기 위한 관측에 사용하였다.
원(元)나라 징기스칸의 손자인 훌라구는 13세기에 중앙아시아의 마라게에 천문대를 세워 천체관측을 하였는데 당시의 관측기기는 후대인 코페르니쿠스 시대에 유렵에서 사용했던 것보다 우수했다고 한다.
중국의 문화권에 속해있던 우리나라도 천문학분야에서 그영향을 받아 삼국시대에 중국에서 역법(曆法)이 도입되었다. 신라말기 선덕여왕때는 첨성대가 세워져 그곳에서 천체관측을 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우리나라 천문학 수준이 세계에서 가장 앞서 나가던 때가 조선 세종때였다.
천문기구인 서운관(書雲觀)이 확대되고 각종 관측기기가 제작됐으며, 세종 자신이 뛰어난 천문학자로서 관리들이 풀지 못한 어려운 문제를 직접 해결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천문학 분야에서 별로 내세울 것이 없는 우리지역에 천문대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최근 전북도가 과학기술부를 방문하여 긍정적 입장을 받아낸 계획은 해발 1천34m의 무주 적상산 정상에 국비와 지방지 28억원을 들여 2백평정도 규모의 관측실과 관람실등을 갖춘 원형 천체돔 모양의 천문대를 건립한다는 것.
적상산은 조선왕조 실록을 보관한 사고(史庫)가 있던 곳이며, 사고를 지키는 승병들이 기거했던 호국사가 자리한 역사의 현장이다. 또한 지난 90년대에 건설된 양수발전소의 상부 댐이 산정호수를 이루고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청정지역인 무주에 천문대가 건립되면 또 하나의 명물이요, 자랑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계획대로 추진되도록 관계자들의 분발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