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제보 전화를 한통 받았다. 소리축제 전통음식박람회 주관대행사 선정 입찰에 참여했던 이벤트기획사 대표였다.
약속장소에서 만난 그는 입찰 과정 내내 노출됐던 소리축제 조직위의 서툰 행정과 무성의를 털어놨다. 입찰이 무산된 지금, 그는 내년을 기약하기 위해서는 조직위에 밉보이면 안되는 처지였다. 하지만 전통음식박람회가 전북의 전통음식을 문화상품화하고 세계에 알리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는 신념때문에 기자를 찾았다고 했다.
“음식박람회를 치를 2억원은 명시예산이었습니다. 그런데 조직위는 최저가격입찰제를 내세워 음식박람회를 제대로 열기 보다는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했습니다.”
음식박람회 주관대행사 공모 첫출발부터가 잘못됐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었다. 참여업체들이 가격경쟁을 벌일 경우 수탁업체는 그만큼의 이익을 내기 위해 노점상들에 부스를 되팔아 음식박람회가 국적없는 난장으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이다.
그는 입찰이 세차례나 유찰되기까지 보여준 조직위의 행태도 꼬집었다. 입찰 때 기본요건인 평가기준을 제대로 확정하지 못해 공고때마다 조직위 사무국과 평가위원회가 갈등, 주관대행사를 이른 시일안에 선정하지 못한 단초가 됐다는 것.
“자격업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찰시키고 공고 때마다 참여업체 기준이 수시로 바뀌는 등 일관되지 않은 기준과 절차는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라는 그는 조직위의 행태를 ‘직무유기’라는 말로 대신했다.
조직위가 30일과 31일 직영방식을 결정하기전 수의계약을 요청했지만 시일이 촉박해 치러낼 수 없다고 거절했다는 그는 조직위에 쓴소리를 했다. 준비만 수개월이 소요되는 행사를 어떻게 20여일만에 준비하겠느냐며 올해는 포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제 공은 조직위로 넘어갔다. 조직위가 앞으로 남은 기간동안 우리사회의 고질병인 ‘빨리빨리’를 되살려서 음식박람회를 훌륭히(?) 치러낼 수도 있다.
하지만 전북의 전통음식을 문화상품화 하려는 취지가 퇴색해진 지금, 굳이 전통음식박람회라는 이름을 걸고 모험을 강행할 필요는 없다. 깨끗하게 포기하고 내년을 준비하거나, 관객들의 편의를 위해서라면 올해는 소규모의 먹거리 장터를 개설하는 것도 뒤늦었지만 소리축제 조직위가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는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