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현대판 抗命파동?

 

 

제헌국회 출범 이후 지금까지 의회에 상정된 장관 해임건의안은 모두 70여건에 이르지만 통과된 안건은 단 3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가운데 2건은 ‘항명 파동’으로 비화돼 당시 집권당인 공화당에 피바람을 몰고 왔다. 첫번째 항명파동은 지난 69년에 일어난 소위 ‘4·8 항명 파동’이다.

 

야당이 권오병 문교부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하자 박정희 대통령의 3선개헌에 반대하던 여당내 개혁세력들이 이에 동조하여 해임안을 가결시켜버린 것이다. 이 사건으로 양순직·예춘호·박종태·김달수·정태성 의원 등 5명이 공화당에서 제명을 당했다.

 

두번째는 오치성 내무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이른바 71년의 ‘10·2 항명 파동’이다. 당시 김종필 총리 계보였던 오장관이 반(反) 김종필 계의 핵심인 백남억·길재호·김진만·김성곤 의원의 행정부와 결찰내 인맥을 제거해 나가자 이들 4인방이 정부를 향해 반기를 든 것이다.

 

두말할것 없이 박대통령은 격노 했고, 그날 밤 중앙정보부로 끌려간 4인방은 의원직 사퇴서와 함께 탈당계를 제출해야만 했다. 김성곤 의원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콧수염까지 쥐어뜯겼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건국 이래 첫 여성 총리서리로 지명을 받은 장상(張裳) 전 이화여대총장의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헌정사상 7번째의 총리인준안 부결이지만 앞서 6번은 광복 후 나라의 기틀이 채 잡히기 전인 1∼2공화국 때의 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장서리의 부결파문은 충격으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 한데 장서리의 임명동의안이 부결처리된 후 정말 웃기는 일이 벌어졌다.

 

당초 예상을 뒤엎고 큰 표차로 부결되자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서로 상대 당이 반대표를 많이 던졌다며 ‘네탓 공방’을 벌이고 나선 것이다. 한나라당은 한술 더떠 의총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주요 당직자들이 급히 회동, 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적어도 30명 이상이 찬성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한나라당이 집권당이 아닌데, 또 민주당에서 반란표를 던졌다고 해서 예전처럼 책임을 물을 통치자도 없는데 왜들 이리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다. 진실로 국민이 두려워 현대판 항명파동이라도 불러들이자는 것인가? 이제 정치판을 희화화 시키는 일은 제발 그만두기 바란다.